약과 지폐. 123R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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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발표한 약가협상 대상 의약품에 스텔라라 등 특허 만료를 앞둔 의약품이 포함돼 있어 선정 기준에 의혹이 제기됐다.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하는 의약품은 제외하겠다는 당초 기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8월 29일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은 첫 번째 약가협상 대상인 의약품 10개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IRA에 따라 해당 의약품의 제약사와 2년간 협상을 거쳐 2026년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IRA는 급격한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보험 메디케어가 제약사에 주는 약값을 CMS가 협상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하면 괜찮다더니... 스텔라라는 왜?

미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환자의 의료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IRA 시행으로 글로벌 제약사는 약가협상이나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약가협상 대상 의약품은 미국 식품의약품(FDA) 허가 이후 9년 이상 복제약이 출시되지 않은 합성의약품이나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인데,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제품은 제외한다는 예외사항을 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에 선정된 10개 중 바이오시밀러 등 복제약과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선정된 존슨앤존슨의 스텔라라(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의 경우 올해 9월 미국 특허가 만료된다. 암젠, 알보텍 등이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물질에 대해 존슨앤드존슨과 특허 합의를 끝냈고 2025년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도 8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에 대한 특허 합의를 끝낸 상황이다. 이변이 없다면 2026년이 오기 전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엘의 자렐토(항응고제), 머크의 자누비아(당뇨 치료제)도 2026년 이전에 복제약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심부전 치료제)는 현재 2년 넘게 특허 분쟁 중이지만 여전히 복제약 출시 가능성이 있다. 암젠의 엔브렐(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의 경우 바이오시밀러 에렐지가 2016년 승인된 바 있지만 소송으로 인해 미국 출시가 2029년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CMS 가이드라인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CMS는 IRA 메디케어 의약품 가격협상 가이드라인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선의의(bona fide)'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 가격협상 대상 목록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은' 경우 약가협상을 '지연'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선의의'처럼 모호하거나 '높은' '지연'처럼 정량화할 수 없는 표현들이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약가 인하 vs. 바이오시밀러 도입, 기로에 놓인 제약사


선정기준에 대한 의혹은 있지만 메디케어 프로그램으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정된 10개 약품은 메디케어 파트D(전문의약품 보험)에서 505억 달러(약 67조4000억 원) 규모로 총 의료비의 20%를 차지한다.(2022년 6월~2023년 5월 기준)

메디케어의 혜택을 보는 환자들은 2022년 34억 달러(4조5000억 원)를 본인 부담으로 지출했다. 가격 협상과정을 통해 메디케어 프로그램에서 향후 10년간 985억 달러(131조5000억 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약가협상에 응하거나 이를 피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은 판매독점권을 지키기 위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출을 막는 전략을 고수해 왔는데 약가협상을 피하려면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이 용이하도록 특허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은 틈새를 노리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IRA 자체에 바이오시밀러 처방 시 추가 급여를 상향하는 등의 정책이 포함돼 있어 바이오시밀러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약가인하 자체가 미치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약가인하 매출 감소가 연구개발(R&D)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기업을 포함한 외부와의 공동연구, 기술이전, 인수합병(M&A) 등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7일 18시 16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