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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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는 필리핀 등지에서 올해 일단 100명 규모로 인력을 받아 서울 시내 맞벌이·한부모 가정에 연결해줄 예정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최저임금을 지켜서 진행한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가사관리사와 간병인 등 돌봄노동에 대해 임금체계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맞벌이·다자녀 가정에 우선권

외국인 '가사관리사' 다자녀·맞벌이 가정에 우선권
고용노동부가 7일 공고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만 24세 이상의 외국인을 선발해 경력과 지식 확인, 어학능력 평가, 범죄 이력 등 신원 검증과 마약류 검사를 거쳐 연내 서울 시내 100개 가정과 연결해줄 예정이다. 이들은 비전문직 비자인 E-9 비자를 받아 입국하게 된다. 정부는 필리핀과 인력 송출을 중점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도 논의 중이다.

대상은 맞벌이 혹은 한부모 가정이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가점을 줄 예정이다. 소득 기준은 따지지 않는다. 종전의 다른 복지서비스와 중복될 수 있고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자체가 이번 시범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제로 이용할지, 종일제로 할지 선택할 수 있다.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을 적용한다.

○‘최저임금 제외’ 계속 검토

문제는 시범사업 이후다. 정부는 여전히 ‘최저임금 아래’로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범부처 협의체인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됐다. 현재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는 ‘가사사용인’으로 이들을 분류하는 방법이 테이블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외국인 유학생을 한정된 기간에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유학 기간이 종료된 뒤 일정 기간 식당 및 주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는데, 가사사용인이 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주자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유학생을 받아서 가르쳤는데 마땅히 자리를 잡지 못해 고국에 돌아가면 서로 손실이 크다”며 “국내에서 정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베이비시터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인력에게 발급하는 E-7 비자에 가사관리사(E-7-4)를 포함하는 방법,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사업이나 보건복지부의 바우처 지급 사업에 외국인 가사관리사 및 간병인 업무를 포함시켜 일선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이번 시범사업 내용대로 중간에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인력파견업체)을 끼고 외국인 노동자와 국내 가정을 이어줄 경우 법적으로 가사사용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가사사용인은 가정 내 직접 고용인 경우에만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출입국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법무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발생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돌봄노동자만 제외하면 추후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가 반대하면 비자 문제 등에서 진전을 보기가 어렵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많은 가정에 도움이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곽용희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