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조한 로톡 >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갈등이 9년간 이어지면서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직원 절반을 감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역삼동 로앤컴퍼니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통화하고 있다.  /뉴스1
< 초조한 로톡 >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갈등이 9년간 이어지면서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직원 절반을 감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역삼동 로앤컴퍼니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통화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들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적절성 여부를 가리는 결정을 또 미루면서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장관 취임 후 민감한 사회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했던 것에 비춰 “의외의 장고”라는 얘기까지 있다. 이런 와중에 징계위원회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법무실장은 정기인사로 7일자로 교체됐다. 추석 연휴, 국정감사 일정까지 감안하면 법무부 결정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리걸테크(법률정보기술서비스)업계는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9개월째 결론 못 내…이익단체 ‘눈치’

법무부는 지난 6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8시간 동안 변협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일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무부는 올 7월 1차 징계위 때도 해당 안건을 다뤘지만 결론을 미뤘다.

이번 징계위에선 변협의 징계가 변호사법에서 위임한 범위 안에서의 징계였는지를 두고 오랫동안 질문과 답변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등에선 변협의 ‘법률서비스 공공성 사수’란 논리를 법무부가 무시할 수 없어 더욱 세세히 징계의 적법성을 들여다본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법 제23조 2항 7호는 ‘방법 또는 내용이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변협이 판단하는 광고를 변호사 등이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된 지 9개월째 접어들었음에도 결말이 보이지 않자 법무부가 지나치게 신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무부는 2021년 8월 로톡의 변호사 광고업무가 금품을 받고 특정 사건을 변호사에게 연결해주는 알선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는 등 로톡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검찰도 2015년과 2017년, 지난해 모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2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0억원씩을 부과했다.

일각에선 취임 후 주요 현안에 속전속결로 대응해온 한 장관의 행보와도 궤를 달리하고 있다며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 외국인 숙련인력 쿼터 확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 등 각종 현안에 발 빠른 대책을 내놨다.

○장기 표류 가능성…리걸테크 노심초사

법무부는 “이른 시일 안에 최종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그동안 징계위를 이끈 김석우 법무실장이 이날 법무연수원장으로 이동하고, 구상엽 신임 법무실장이 부임하면서 단시일 내 3차 징계위 일정을 잡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달 28일부터는 6일간 추석 연휴가 예정돼 있고, 다음달 10일부터는 국정감사가 이뤄진다.

로톡을 비롯한 리걸테크업계는 심의가 장기간 표류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는 2021년 6월 말 4000명까지 늘었지만 변협의 징계 및 탈퇴 압박 등으로 현재 약 2200명까지 줄었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지난해 영업손실 155억원을 냈다.

법률 플랫폼을 운영하는 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법률 영역에 적극 도입하고 싶어도 결정이 힘든 상황”이라며 “법무부 결정이 늦어질수록 리걸테크 생태계가 받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성/고은이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