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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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긴축(금리 인상)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올해 안에 튀르키예의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65%에 이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데도 통화완화 정책(금리 인하)을 고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금리 인상의 도움으로 물가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 인상에 대한 '평생의 적대감'을 버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재정규율보다는 포퓰리즘을 우선시하며 전통적 통화정책 결정 방식을 '경멸'했고, (전통적 원칙을 따르려는)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부 장관 등을 자주 교체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날 중기 경제 계획을 통해 "올 연말엔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 재정 및 조세 정책은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7월 47%, 8월 59%로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80%를 웃돌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금리 인하를 옹호했다. 금리 인하는 보통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해 생산과 투자, 수출을 늘리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그러나 그가 "높은 차입비용은 모든 악(惡)의 근원"이라며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자를 받는 것을 죄악시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른 신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환율을 방어하느라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사실상 바닥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F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국 금리 인상으로 돌아선 것은 '5월 대통령선거 전 시대'와 단절을 선언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대선 운동 기간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 압력에 맞서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을 고집했지만, 3선에 성공하자마자 3연속(6~8월) 연달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달엔 한꺼번에 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섰으며, 현재 튀르키예 기준금리는 연 25%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