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5%로 대출 받았는데 갑자기…" 고금리 지옥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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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겠다" 선언 속출
美 뒤흔들 '수천조' 폭탄 터지나
WSJ "수조달러 상업용부동산 대출이 경제 위협"
7월 상업용부동산 판매량 전년대비 74% 하락
채무불이행→대출 감소→가격 하락 악순환 올수도
상업용부동산 시장, 저금리에 7년 간 2배 성장
9000억달러 저금리 대출·유가증권 내년 말 만기
상업용부동산 대출 75% 쥔 중소은행 직격타 맞을듯
美 뒤흔들 '수천조' 폭탄 터지나
WSJ "수조달러 상업용부동산 대출이 경제 위협"
7월 상업용부동산 판매량 전년대비 74% 하락
채무불이행→대출 감소→가격 하락 악순환 올수도
상업용부동산 시장, 저금리에 7년 간 2배 성장
9000억달러 저금리 대출·유가증권 내년 말 만기
상업용부동산 대출 75% 쥔 중소은행 직격타 맞을듯
미국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거론돼왔던 '상업용부동산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은행의 직접대출 뿐만 아니라 부동산투자신탁(REITs),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 등 간접대출까지 포함하면 수천조원의 자금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신호는 사무실 공실이 급증한 대도시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투자사인 RXR은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33층짜리 오피스빌딩을 담보로 빌린 2억4000만달러(약 3200억원) 대출 만기가 다가왔지만, 이를 재융자하겠다는 은행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스콧 레클러 RXR CEO는 "배관이 막혔다"며 경색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 지역은행인 M&T은행은 지난 6월 뉴욕시와 워싱턴DC에 있는 사무실 세 곳과 의료시설 한 곳에 1억2700만달러 상당의 대출을 상각했다. M&T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25억달러어치 증권에 대한 미실현 손실도 입었다고 WSJ은 전했다. 올해 초 M&T은행은 "사무실 임대 대출의 약 20%는 디폴트 가능성이 크다"며 상업용부동산 대출을 5% 줄였다.
뉴욕 등 8개 주에 지점을 둔 120년 역사의 OZK은행도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지난 1월 OZK은행으로부터 빌린 6000만달러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통보하면서다. OZK은행은 이 업체가 소유한 건물 부지 가격이 2021년 1억3900만달러였기에 대출이 안전하다고 평가했으나 부지 가격은 지난해 12월 1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조지 글리슨 OZK CEO는 지난 4월 실적발표 당시 "지금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땅을 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제공업체인 MCSI리얼에셋에 따르면 지난 7월 상업용 부동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4% 감소했다. 도심 오피스 빌딩 판매량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부동산투자신탁, CMBS, 부동산담보 중소기업 대출 등 간접 대출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3조6000억달러에 달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은행 전체 예금의 20% 규모다.
'상업용부동산 파티'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리며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저금리로 빌린 부동산 대출과 유가증권 약 9000억달러의 만기가 내년 말이면 돌아온다. 재융자를 받으면 이자비용이 급등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가 늘고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진 결과 부동산 투자사 수익도 감소했다. Fed 전 상업용부동산 자문위원인 타일러 위거스는 "은행에 연 3.5% 이자로 대출을 받았는데 갑자기 7.5%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대출자가 생겼다"라며 "대출자가 빚을 갚을 수 없다면 은행은 이를 부실 대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업용부동산 위기가 닥칠 경우 중소은행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은행들은 2015년 이후 상업용부동산 대출을 약 7580억달러 늘렸다. 이 기간 전체 대출 증가액의 약 74% 수준이다. WSJ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상업용부동산 대출 4분의3이 자산 2500억달러 미만 중소은행 몫이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오피스 빌딩 판매량 20년만에 최저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대출과 투자가 은행업계와 경제 전반의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대출을 못 갚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하나둘 생기면 은행이 대출 규모를 줄이고, 추가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위기 신호는 사무실 공실이 급증한 대도시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투자사인 RXR은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33층짜리 오피스빌딩을 담보로 빌린 2억4000만달러(약 3200억원) 대출 만기가 다가왔지만, 이를 재융자하겠다는 은행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스콧 레클러 RXR CEO는 "배관이 막혔다"며 경색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 지역은행인 M&T은행은 지난 6월 뉴욕시와 워싱턴DC에 있는 사무실 세 곳과 의료시설 한 곳에 1억2700만달러 상당의 대출을 상각했다. M&T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25억달러어치 증권에 대한 미실현 손실도 입었다고 WSJ은 전했다. 올해 초 M&T은행은 "사무실 임대 대출의 약 20%는 디폴트 가능성이 크다"며 상업용부동산 대출을 5% 줄였다.
뉴욕 등 8개 주에 지점을 둔 120년 역사의 OZK은행도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지난 1월 OZK은행으로부터 빌린 6000만달러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통보하면서다. OZK은행은 이 업체가 소유한 건물 부지 가격이 2021년 1억3900만달러였기에 대출이 안전하다고 평가했으나 부지 가격은 지난해 12월 1억달러까지 떨어졌다. 조지 글리슨 OZK CEO는 지난 4월 실적발표 당시 "지금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땅을 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제공업체인 MCSI리얼에셋에 따르면 지난 7월 상업용 부동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4% 감소했다. 도심 오피스 빌딩 판매량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파티 끝나고 고금리 지옥 열리나
지난 10여년 간 미국 은행업계는 상업용부동산 대출로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상업용부동산 대출 시장은 2조2000억달러(약 3000조원) 규모로 7년 전에 비해 2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43%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과 부동산 투자자들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여기에 부동산투자신탁, CMBS, 부동산담보 중소기업 대출 등 간접 대출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3조6000억달러에 달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은행 전체 예금의 20% 규모다.
'상업용부동산 파티'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리며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저금리로 빌린 부동산 대출과 유가증권 약 9000억달러의 만기가 내년 말이면 돌아온다. 재융자를 받으면 이자비용이 급등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가 늘고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진 결과 부동산 투자사 수익도 감소했다. Fed 전 상업용부동산 자문위원인 타일러 위거스는 "은행에 연 3.5% 이자로 대출을 받았는데 갑자기 7.5%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대출자가 생겼다"라며 "대출자가 빚을 갚을 수 없다면 은행은 이를 부실 대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업용부동산 위기가 닥칠 경우 중소은행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은행들은 2015년 이후 상업용부동산 대출을 약 7580억달러 늘렸다. 이 기간 전체 대출 증가액의 약 74% 수준이다. WSJ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상업용부동산 대출 4분의3이 자산 2500억달러 미만 중소은행 몫이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