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설'의 조언…"美·中 전쟁 막으려면 '공통 가치' 필요"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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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외교
헨리 키신저 지음
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928쪽│3만9000원
헨리 키신저 지음
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928쪽│3만9000원
세계가 역사적 전환점에 직면했다. 헨리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의 대전쟁이 임박했다"고 말한다. 그가 바라본 오늘날 국제정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유럽과 비슷할 정도로 위태롭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국제질서의 원칙을 정하지 못하면 5~10년 안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교 분야의 기념비적인 책 <외교(Diplomacy)>(1994)가 <헨리 키신저의 외교>란 제목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전설적인 외교 전문가로 올해 100세를 맞은 키신저의 역작이다. 구소련이 무너진 직후 쓰인 책이지만,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책은 17세기 유럽부터 20세기 말 냉전 종식까지 강대국 외교의 역사를 서술한다. 주로 미국의 관점에서다. 미국의 이상주의적 외교 방침인 '윌슨주의'가 현실정치와 균형을 맞춰온 과정을 분석한다. "마치 어떤 자연법칙에 따르기라도 한 듯, 모든 세기마다 권력과 의지와 지적, 도덕적 추진력을 갖추고 국제체제 전체를 자신의 가치에 따라 형성하려는 국가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은 시대별로 세계질서를 주도한 세력과 가치관을 정리한다. 17세기는 프랑스의 리슐리외 추기경이 이끄는 국가이성 개념이 그랬다. 18세기는 세력균형 개념을 발전시킨 영국이 세계를 주도했다. 19세기는 메테르니히의 빈 체제가, 독일 통일 이후에는 비스마르크의 권력정치가 중심에 올라섰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다. 미국은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의 확산을 토대로 한 '윌슨주의'를 채택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곳곳의 전쟁에 참여했다. 경쟁 세력이던 소련마저 무너지며 한동안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유지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30년 전 키신저는 "냉전 종식 이후 세계는 다극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전의 물리적 위협과 적대적 이념들이 사라지자 민주주의 진영을 한 데 묶었던 '미국적 가치'의 명분이 약해진 탓이다.
키신저의 예언대로 21세기는 강대국들이 경쟁했던 19세기 유럽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공산주의 국가가 부상했고, 유럽연합도 각자 세력을 불렸다.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라키공화국 등도 역내 맹주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국제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세력균형에 의한 균형상태가 공통의 가치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1814년 들어선 빈 체제가 약 100년간 유럽에 평화를 안겨준 것은 '보수적 정통성'이라는 공통의 가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대로 공통 가치의 상실은 30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등 혼란을 유발했다.
키신저의 구상은 미국 우위의 안정적인 국제체제를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윌슨주의가 여전히 공통의 가치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평화, 안정, 진보, 그리고 인류를 위한 자유라는 미국이 과거에 갖고 있었던 윌슨식 목표는 끝이 없는 여정에서 계속 추구돼야 한다." 21세기 미국의 상대국인 중국이 이러한 가치에 얼마나 타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외교 분야의 기념비적인 책 <외교(Diplomacy)>(1994)가 <헨리 키신저의 외교>란 제목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전설적인 외교 전문가로 올해 100세를 맞은 키신저의 역작이다. 구소련이 무너진 직후 쓰인 책이지만,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책은 17세기 유럽부터 20세기 말 냉전 종식까지 강대국 외교의 역사를 서술한다. 주로 미국의 관점에서다. 미국의 이상주의적 외교 방침인 '윌슨주의'가 현실정치와 균형을 맞춰온 과정을 분석한다. "마치 어떤 자연법칙에 따르기라도 한 듯, 모든 세기마다 권력과 의지와 지적, 도덕적 추진력을 갖추고 국제체제 전체를 자신의 가치에 따라 형성하려는 국가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은 시대별로 세계질서를 주도한 세력과 가치관을 정리한다. 17세기는 프랑스의 리슐리외 추기경이 이끄는 국가이성 개념이 그랬다. 18세기는 세력균형 개념을 발전시킨 영국이 세계를 주도했다. 19세기는 메테르니히의 빈 체제가, 독일 통일 이후에는 비스마르크의 권력정치가 중심에 올라섰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다. 미국은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의 확산을 토대로 한 '윌슨주의'를 채택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곳곳의 전쟁에 참여했다. 경쟁 세력이던 소련마저 무너지며 한동안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유지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30년 전 키신저는 "냉전 종식 이후 세계는 다극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전의 물리적 위협과 적대적 이념들이 사라지자 민주주의 진영을 한 데 묶었던 '미국적 가치'의 명분이 약해진 탓이다.
키신저의 예언대로 21세기는 강대국들이 경쟁했던 19세기 유럽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공산주의 국가가 부상했고, 유럽연합도 각자 세력을 불렸다.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라키공화국 등도 역내 맹주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국제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세력균형에 의한 균형상태가 공통의 가치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1814년 들어선 빈 체제가 약 100년간 유럽에 평화를 안겨준 것은 '보수적 정통성'이라는 공통의 가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대로 공통 가치의 상실은 30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등 혼란을 유발했다.
키신저의 구상은 미국 우위의 안정적인 국제체제를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윌슨주의가 여전히 공통의 가치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평화, 안정, 진보, 그리고 인류를 위한 자유라는 미국이 과거에 갖고 있었던 윌슨식 목표는 끝이 없는 여정에서 계속 추구돼야 한다." 21세기 미국의 상대국인 중국이 이러한 가치에 얼마나 타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