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여도 안 가더니 이젠 2000만원 내고 간다…'기막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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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세계의 '현금인출기' 됐다
사우디·UAE 국부펀드 M&A·사모펀드 '큰손' 활약
"과거 미국 골드러시처럼 모두 중동 가고 싶어 해"
금리 인상에 손실 본 美 연기금·대학은 투자 축소
우크라 전쟁에 유가 오른 산유국들은 투자 확대
두바이·아부다비에 현지사무소 세우는 기업 늘어
사우디·UAE 국부펀드 M&A·사모펀드 '큰손' 활약
"과거 미국 골드러시처럼 모두 중동 가고 싶어 해"
금리 인상에 손실 본 美 연기금·대학은 투자 축소
우크라 전쟁에 유가 오른 산유국들은 투자 확대
두바이·아부다비에 현지사무소 세우는 기업 늘어
매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막의 다보스'라는 별명을 가진 투자 컨퍼런스가 열린다. 바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Future Invest Initiative)'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미국 금융계 종사자들은 무료 티켓을 받아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가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면서다. 사우디는 '인권 침해국'으로 낙인찍혔다.
5년 후인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인당 1만5000달러 티켓값을 주고도 참석하겠다는 기업 임원들이 수두룩하다.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고자 하는 서방 스타트업·벤처캐피털·사모펀드(PEF) 등이 중동에 몰려들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의 큰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넉넉해진 '오일 머니'를 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이 국제 '현금인출기(ATM)'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중동 국부펀드들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는 지난 5월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던 투자운용사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을 인수했다. 가격은 20억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스탠다드차타드로부터 글로벌항공금융리스 사업부를 36억달러에 사들였다. 또 다른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대기실과 포시즌스 호텔 로비는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온 펀드매니저들에게 '만남의 장소'가 됐다는 전언이다. 자금조달전문회사인 제이드어드바이저의 설립자 피터 제이더스턴은 "과거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지금은 모두 중동에 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중동 국가들은 사모펀드에도 막대한 자금을 대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사모펀드를 포함한 투자증권 약정액을 2021년 330억달러에서 2022년 560억달러(약 74조8000억원)로 늘렸다. 무바달라의 투자 약정액은 지난해 360억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중동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고 TPG, KKR, 칼라일그룹 등 사모펀드 그룹 임원들은 전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벤처캐피탈 펀드 모금액은 330억달러로 2021년 상반기(740억달러) 대비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해 사모펀드 글로벌 모금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1조5000억달러로 집계됐다. 브렌다 레이나 베인앤코 부사장은 "지난 12개월 동안 자금 모금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반면 중동 산유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넉넉해진 지갑을 열고 있다. 전쟁 반사이익으로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전인 2022년 1월 배럴 당 80달러 선에 거래되던 두바이유 는 한때 110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 90달러 안팎에 거래된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UAE 왕족들은 이 돈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스포츠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중동 지역 사무소를 설립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가 2020년 두바이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사모펀드 회사인 CVC캐피털파트너즈, 엑소더스포인트캐피털매니지먼트 등도 중동행 행렬에 가세했다. 유럽의 티케하우캐피털, 아르디안은 아부다비 팀을 설립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개인 사업체인 달리오패밀리 오피스를 아부다비에 세웠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미국 금융계 종사자들은 무료 티켓을 받아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가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면서다. 사우디는 '인권 침해국'으로 낙인찍혔다.
5년 후인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인당 1만5000달러 티켓값을 주고도 참석하겠다는 기업 임원들이 수두룩하다.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고자 하는 서방 스타트업·벤처캐피털·사모펀드(PEF) 등이 중동에 몰려들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의 큰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넉넉해진 '오일 머니'를 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이 국제 '현금인출기(ATM)'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너지 호황으로 중동 현금 넘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갈망하는 중동 군주국들이 세계 금융무대에서 한순간을 보내고 있다"며 "금리 상승으로 전통 서방 금융기관들이 거래와 투자에서 물러난 사이 에너지 호황으로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최근 중동 국부펀드들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는 지난 5월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던 투자운용사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을 인수했다. 가격은 20억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스탠다드차타드로부터 글로벌항공금융리스 사업부를 36억달러에 사들였다. 또 다른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대기실과 포시즌스 호텔 로비는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온 펀드매니저들에게 '만남의 장소'가 됐다는 전언이다. 자금조달전문회사인 제이드어드바이저의 설립자 피터 제이더스턴은 "과거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지금은 모두 중동에 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중동 국가들은 사모펀드에도 막대한 자금을 대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사모펀드를 포함한 투자증권 약정액을 2021년 330억달러에서 2022년 560억달러(약 74조8000억원)로 늘렸다. 무바달라의 투자 약정액은 지난해 360억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중동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고 TPG, KKR, 칼라일그룹 등 사모펀드 그룹 임원들은 전했다.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도 아부다비에 사무실
돈을 원하는 기업가들이 중동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통적인 자금조달원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미국에서는 스탠퍼드, 하버드 등 많은 대학교들이 기부금을 받아 위탁 운용한다.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도 자산 중 상당 비율을 사모펀드 등에 투자한다. 이들이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과 채권 가격 손실을 보면서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올해 상반기 미국 벤처캐피탈 펀드 모금액은 330억달러로 2021년 상반기(740억달러) 대비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해 사모펀드 글로벌 모금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1조5000억달러로 집계됐다. 브렌다 레이나 베인앤코 부사장은 "지난 12개월 동안 자금 모금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반면 중동 산유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넉넉해진 지갑을 열고 있다. 전쟁 반사이익으로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전인 2022년 1월 배럴 당 80달러 선에 거래되던 두바이유 는 한때 110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 90달러 안팎에 거래된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UAE 왕족들은 이 돈을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스포츠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중동 지역 사무소를 설립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가 2020년 두바이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사모펀드 회사인 CVC캐피털파트너즈, 엑소더스포인트캐피털매니지먼트 등도 중동행 행렬에 가세했다. 유럽의 티케하우캐피털, 아르디안은 아부다비 팀을 설립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개인 사업체인 달리오패밀리 오피스를 아부다비에 세웠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