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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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임성우의 클래식을 변호하다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74900.1.jpg)
피아니스트 슈나벨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곡들은 아이들에게는 쉬운 곡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곡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겠지만 모차르트의 피아노 작품은 크리스탈과 같이 순수하고 투명하여 불순물이 조금만 묻거나 섞여도 금방 티가 난다는 뜻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임윤찬의 연주를 자세히 들어보면 악보에 없는 그 무엇을 가미하려는 작위적은 노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모차르트의 악보에 기재된 다이나믹과 아티큘레이션을 그대로 연주에 반영하고 있을 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D장조 소나타는 과거 임윤찬이 15세의 어린 나이로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1라운드 곡으로 선택하였던 곡이어서 많은 작품 가운데 그가 특히나 사랑하고 또 연구를 많이 한 작품이 아닌가 추측이 듭니다.
임윤찬 (14세)
그 때의 연주와 지난 반 클라이번 콩쿠르 때의 연주를 비교해보면 템포나 아티큘레이션의 측면에서는 사실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없는데, 놀랍게도 이미 그 어린 나이에 이 작품의 스코어를 구석구석까지 완전히 파악한 상태에서 연주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는 아티큘레이션의 세밀한 부분, 특히 이음줄(slur)로 연결된 레가토 표현에서 좀 더 굴곡을 강조하는 대담함이 추가되었고, (예를 들어 전개부 초반의 fp 지시 부분에서 포르테 이후 피아노로 급히 수축되는 이른바 subito piano의 느낌을 보다 분명히 부각시키는 등) 악보에 기재된 다이나믹에 대한 표현에 있어서도 전보다 더 과감한 자신감과 안정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완벽에 가까운 연주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그것은 바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에 많이 나오는 (흔히 아포지아투라로 불리는)앞꾸밈음의 표현 방식입니다.
이 D장조 소나타 역시 아래 자필 악보에서 보이듯이 시작 부분부터 앞꾸밈음이 많이 나옵니다.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913.1.jpg)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917.1.jpg)
숀더부르트 1악장
위의 숀더부르트의 시대악기 연주는 많은 연주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짧은 앞꾸밈음을 선택한 경우인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차르트의 앞꾸밈음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만듭니다.
즉, 숀더부르트의 시대악기 연주는 (8분음표에 이어지는 논 레가토에 의한 두 개의 16분음표가 충분히 표현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는 하지만) 앞의 8분음표에 붙은 짧은 앞꾸밈음을 충분히 부각시켜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할 때 위의 모차르트 자필 악보의 청색 박스와 같은 <앞꾸밈음이 있는 8분음표 - 16분음표 - 16분음표>를 (아래 악보와 같이) 그냥 16분음표가 4개 있고 아무런 아티큘레이션을 주지 않은 것처럼 연주해버리고 만다는 점을 감암할 때 숀더부르트의 이러한 앞꾸밈음 처리는 주목할 만합니다.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918.1.jpg)
이러한 연주 방식은 모차르트의 자필 악보 등 원전에 대한 탐구가 깊이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의 피아니스트들의 경우뿐만 아니라 이미 베렌라이트 등 원전에 기초한 악보가 나온 이후의 젊은 연주자들(위의 임윤찬이나 아래 브라우스 등)의 연주에서도 그대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브라우스
그렇다면 왜 피아니스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꾸밈음이 있는 8분음표를 그와 같이 16분음표 두개로 쪼갠 후 어떠한 아티큘레이션도 부여하지 않고 평이하게 연주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연주하는 관행은 모차르트의 앞꾸밈음의 경우 8분음표 앞에 붙은 앞꾸밈음을 16분음표로 연주하되 그 꾸밈을 받는 8분음표는 그만큼 줄여서 16분음표로 연주를 하는 것이 맞다는 이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앞꾸밈음을 위와 같이 연주하라는 취지였다면 작곡가가 애당초 8분음표를 그와 같이 16분음표 두 개로 나누어 기보를 하였을 것이고, 굳이 8분음표에 앞꾸밈음(아포지아투라)을 붙이는 방식으로 표시할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같은 악보의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음형을 그와 같이 두 개의 16분음표로 쪼개어 표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아래 악보 파란색 박스 부분 등), 그와 똑 같은 방식으로 연주해야 하는 음표라면 굳이 수고스럽게 앞꾸밈음을 써서 악보에서 다르게 표기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915.1.jpg)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916.1.jpg)
우선, 앞꾸밈음이 붙은 8분음표를 그렇게 16분음표 두 개로 쪼개어 연주하더라도 그 경우 두 개의 16분음표가 슬러로 연결되어 미끌어지듯이 연주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즉, 위의 악보에서 청색 박스 내의 앞꾸밈음에 16분음표의 음가를 부여하더라도 꾸미는 음과 이음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아티큘레이션으로 연주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919.1.jpg)
그렇다면 피아노로 이러한 아티큘레이션을 표현할 때는 이음줄로 이어진 두 개의 16분 음표 가운데 앞의 16분음표(앞꾸밈음)에 분명한 강세가 있고 뒤에 이어지는 16분음표는 디미뉴엔도가 되어 여리게 처리를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위의 모차르트 자필 악보의 앞꾸밈음(아래 악보의 청색 박스 부분)을 아무런 아티큘레이션이 없이 그저 16분음표 2개로 평이하게 타건을 해서는 곤란합니다.오히려 이 앞꾸밈음이 붙은 8분음표는 마치 슬러로 연결된 2개의 16분음표처럼 미끌어지듯 레가토로 연주하여 이어지는 두 개의 논레가토에 의한 16분음표와 대조가 되도록 연주하여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정교한 아티큘레이션의 차이를 빠른 속도로 연주하면서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앞꾸밈음을 오늘날의 많은 피아니스트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연주해버리는 것은 모차르트가 악보에 아주 섬세하게 구분하여 기재해둔 것을 완전히 무시하는 셈이 되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겐 쉽다는' 모차르트 피아노곡, 임윤찬은 어떻게 쳤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91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