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전자치료제 전문 개발사 앨나일람이 유전자치료제 기반 고혈압약 후보물질의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앨나일람은 7일(미국 시간) 6개월에 한 번만 피하주사로 투여하면 되는 고혈압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질레베시란(ALN-AGT01)’이 임상 2상에서 1·2차 평가지표를 만족했다고 발표했다.

질레베시란은 안지오텐시노겐(AGT)을 표적으로 하는 RNAi(리보핵산 간섭) 기반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질레베시란은 간에서 AGT의 합성을 억제해 안지오텐신2의 감소를 유도한다. 안지오텐신2는 혈관을 수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 고혈압약의 주요 표적으로도 꼽힌다. 유사 기전의 기존 치료제로는 매일 복용하는 경구약인 ‘캡토프릴’ 등이 있다.

앨나일람은 피하주사인 질레베시란을 1회 투약으로 6개월간 효과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성공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1차 평가지표는 투약 후 3개월차의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SBP)이었다. 2차 평가지표는 6개월차의 SBP였다. 임상 결과, 질레베시란은 SBP를 15mmHG 이상 낮추며 1차와 2차 평가지표를 모두 만족했다(p<0.0001). 3개월은 물론 목표로 한 6개월의 기간 동안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유지됐다는 뜻이다. 환자의 혈액 내에서도 혈압을 높이는 원인인 AGT가 투약 용량에 반비례해 감소했다. AGT가 줄어드는 만큼의 혈압 강하 효과도 확인됐다.

안전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심폐정지로 인한 사망 사건이 1회 보고됐으나 약물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 심각한 이상반응은 질레베시란이 아닌 위약 치료 환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질레베시란 치료 환자에서 3.6%, 위약 치료 환자에서 6.7%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왔다.

질레베시란이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을 받게 되면 매일 약을 먹기 번거로워하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환자 중 지속적으로 치료를 하는 환자 비율은 58.7%에 그쳤다.

사이먼 폭스 앨나일람 부사장은 “질레베시란이 6개월까지 장기효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기쁘다”며 “고혈압 분야에서 있어 20년 만의 혁신”이라고 밝혔다.

고혈압 치료는 한 가지 약물을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2가지 약물을 병용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준 항고혈압제 치료제와 병용한 또 다른 임상 2상 연구(KARDIA-2)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8일 14시 2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