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신기원 열었다'…인기 심상찮은 아이돌의 정체 [연계소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팬덤형으로 진화하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초동 20만장 기록에 업계 주목
"기술+감성 영역 조화, 팬심 자극"
"AI 가수 성공엔 차별화 포인트 따라야"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팬덤형으로 진화하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초동 20만장 기록에 업계 주목
"기술+감성 영역 조화, 팬심 자극"
"AI 가수 성공엔 차별화 포인트 따라야"
"AI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라니, 그대로 팬 되어버림."
"K팝 고인 물인데 이런 덕질은 처음이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그룹 플레이브(PLAVE)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인플루언서 수준에 그치던 가상 인간과 달리 팬덤을 형성하며 여타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수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로 꼽히는 것은 캐릭터 뒤에 '본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간 AI(인공지능)로 구현해낸 캐릭터가 여럿 공개됐지만 '가상의 인물'이라는 한계가 현실과 선을 그으며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에 광고 모델, 인플루언서 등으로의 활용은 가능했지만 소비를 창출해낼 정도로 수익성이 있느냐는 면에서는 물음표가 남았다.
특히 아티스트의 서사, 팬들과의 소통 등 뜨거움의 영역인 K팝 시장에서 차가움의 요소인 기술력이 어떻게 팬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컸다. 그리고 현재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가 감성과 이성의 영역을 적절히 섞으며 K팝 신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기술을 사용한다. 모션 캡처는 실제 사람의 움직임이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되는 기술로, 오래전부터 영화 '반지의 제왕' 골룸, '아바타' 나비족, '킹콩' 등에 적용돼 왔다.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적용 범위가 방송, 게임 등으로 확장된 상태다.
플레이브의 소속사 블래스트는 VFX(시각효과), 게임 엔진,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모인 버추얼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MBC 가상현실(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비롯해 수십 편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컴퓨터 그래픽 감독으로 활약한 이성구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지난해 2월 MBC에서 독립 분사했다.
이들이 기술력을 등에 업고 선보인 플레이브는 '인간미 넘치는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평가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실존 멤버들이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캐릭터를 움직이는 식인데, 이러한 결합이 감성 영역인 K팝 시장에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본체'에 궁금증을 갖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팀 자체에 매력을 느낀 팬들이 늘어가고 있다. 실제 멤버들이 내뱉는 말과 행동이기 때문에 소통하는 데 이질감이 거의 없을뿐더러 '버추얼 아이돌'만이 갖는 특색을 멤버와 팬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그룹의 서사마저 가상이었다면 자리 잡기 어려웠을 시도"라고 전했다. 기술 오류로 종종 관절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멤버들과 팬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속사 대표를 향해 "강아지 똥을 닮았다"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다는 점도 '버추얼 아이돌'이기에 가능한 재미 포인트다.
'인간적 면모'를 팀 곳곳에 넣었다는 점은 이들이 가상 그룹이 아님을 강조한다. 멤버들은 춤과 노래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전원 싱어송라이터로 음악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AI로 목소리를 뽑아내거나 음악을 제작하지 않는다.
멤버 하민은 데뷔 전 마지막 라이브에서 "버추얼이라는 아이돌이라서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나도 그랬듯 아직은 이런 게 흔하지 않고 친근하지도 않다. 어쩌면 손가락질 할 수도 있고, 돌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대중들을 설득하는 게 저희의 숙제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우리 음악이 너무 좋기 때문에 대중분들도 좋게 봐주실 거다. 한 명 한 명 실력도 대단하다"고 자신했다.
전략과 진심은 잘 통했다. 지난달 24일 발매한 플레이브의 첫 번째 미니앨범의 초동 판매량(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은 20만장을 넘어섰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40만명을 돌파했으며, 타이틀곡 '여섯 번째 여름' 뮤직비디오 공개 2주 만에 400만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음악방송 출연으로 열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23일에는 오프라인 콘서트인 '아이돌 라디오' 무대에도 오른다. 팬덤 플랫폼 디어유 버블에도 입점해 팬들과의 소통을 늘려갈 예정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팬들은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IP(지적재산권)를 웹툰, 애니메이션 등으로 2차 가공할 때 드러나는 진입 장벽이 있다. 그와 비교해 '버추얼 아이돌'은 콘텐츠 확대에 한계가 적어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팬덤의 결집력과 K팝 팬덤의 확장성이 더해지면 큰 파급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초기 팬덤 확보가 관건이다. 대중적 흥미와 관심을 실질적인 콘텐츠 소비자로 끌어올리는 게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기획사에서 가상 인간, AI 가수를 고려 중인데 대중이 신선하다고 느낄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K팝 고인 물인데 이런 덕질은 처음이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그룹 플레이브(PLAVE)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인플루언서 수준에 그치던 가상 인간과 달리 팬덤을 형성하며 여타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수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로 꼽히는 것은 캐릭터 뒤에 '본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간 AI(인공지능)로 구현해낸 캐릭터가 여럿 공개됐지만 '가상의 인물'이라는 한계가 현실과 선을 그으며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에 광고 모델, 인플루언서 등으로의 활용은 가능했지만 소비를 창출해낼 정도로 수익성이 있느냐는 면에서는 물음표가 남았다.
특히 아티스트의 서사, 팬들과의 소통 등 뜨거움의 영역인 K팝 시장에서 차가움의 요소인 기술력이 어떻게 팬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컸다. 그리고 현재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가 감성과 이성의 영역을 적절히 섞으며 K팝 신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기술을 사용한다. 모션 캡처는 실제 사람의 움직임이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되는 기술로, 오래전부터 영화 '반지의 제왕' 골룸, '아바타' 나비족, '킹콩' 등에 적용돼 왔다.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적용 범위가 방송, 게임 등으로 확장된 상태다.
플레이브의 소속사 블래스트는 VFX(시각효과), 게임 엔진,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모인 버추얼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MBC 가상현실(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비롯해 수십 편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컴퓨터 그래픽 감독으로 활약한 이성구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지난해 2월 MBC에서 독립 분사했다.
이들이 기술력을 등에 업고 선보인 플레이브는 '인간미 넘치는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평가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실존 멤버들이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캐릭터를 움직이는 식인데, 이러한 결합이 감성 영역인 K팝 시장에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본체'에 궁금증을 갖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팀 자체에 매력을 느낀 팬들이 늘어가고 있다. 실제 멤버들이 내뱉는 말과 행동이기 때문에 소통하는 데 이질감이 거의 없을뿐더러 '버추얼 아이돌'만이 갖는 특색을 멤버와 팬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그룹의 서사마저 가상이었다면 자리 잡기 어려웠을 시도"라고 전했다. 기술 오류로 종종 관절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멤버들과 팬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속사 대표를 향해 "강아지 똥을 닮았다"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다는 점도 '버추얼 아이돌'이기에 가능한 재미 포인트다.
'인간적 면모'를 팀 곳곳에 넣었다는 점은 이들이 가상 그룹이 아님을 강조한다. 멤버들은 춤과 노래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전원 싱어송라이터로 음악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AI로 목소리를 뽑아내거나 음악을 제작하지 않는다.
멤버 하민은 데뷔 전 마지막 라이브에서 "버추얼이라는 아이돌이라서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나도 그랬듯 아직은 이런 게 흔하지 않고 친근하지도 않다. 어쩌면 손가락질 할 수도 있고, 돌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대중들을 설득하는 게 저희의 숙제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우리 음악이 너무 좋기 때문에 대중분들도 좋게 봐주실 거다. 한 명 한 명 실력도 대단하다"고 자신했다.
전략과 진심은 잘 통했다. 지난달 24일 발매한 플레이브의 첫 번째 미니앨범의 초동 판매량(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은 20만장을 넘어섰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40만명을 돌파했으며, 타이틀곡 '여섯 번째 여름' 뮤직비디오 공개 2주 만에 400만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음악방송 출연으로 열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23일에는 오프라인 콘서트인 '아이돌 라디오' 무대에도 오른다. 팬덤 플랫폼 디어유 버블에도 입점해 팬들과의 소통을 늘려갈 예정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팬들은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IP(지적재산권)를 웹툰, 애니메이션 등으로 2차 가공할 때 드러나는 진입 장벽이 있다. 그와 비교해 '버추얼 아이돌'은 콘텐츠 확대에 한계가 적어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팬덤의 결집력과 K팝 팬덤의 확장성이 더해지면 큰 파급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초기 팬덤 확보가 관건이다. 대중적 흥미와 관심을 실질적인 콘텐츠 소비자로 끌어올리는 게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기획사에서 가상 인간, AI 가수를 고려 중인데 대중이 신선하다고 느낄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