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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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간 회담으로 양국 최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면서 한·중 관계가 본격적인 관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리 총리와 회담을 한 자리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문제가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일·중 정상회의가 이른 시일 내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리 총리는 "적극 호응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과 (본격적인) 관계 진전은 아니다"며 "(중국이) 한국을 너무 코너로 몰면.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구도가 강화된다는 우리 의 입장을 윤 대통령이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북·중·러 밀착 구도에서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과 대중관계 관리 필요성이 있는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북한과 밀착하는 러시아와 달리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최근 경제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신냉전 구도에 뛰어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5일 한국외교협회와 최종현 학술원이 공동 개최한 초청 연설에서 “북러 관계는 중국과의 삼각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중·일관계를 고려할 때 동북아에서 중자재로서의 한국의 존재감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간의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연속적으로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한·중 관계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윤 대통령과 리 총리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미·일 밀착을 강하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8일 공동 사설을 통해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리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며 "만남 자체와 회담 내용 모두 비교적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과 한국은 고위급 소통을 강화하고 이견을 해소·관리하며 오해를 없애고 협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행히 중한 양국은 관계를 개선하고 서로를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으며 양국의 협력은 광범위하고 견고하다"고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윤 대통령이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동북아 3국을 '한중일'이 아닌 '한일중'으로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신문은 "한국 언론은 윤 대통령이 과거 관용적으로 사용하던 '한중일' 표현 순서를 '한일중'으로 바꾼 점에 주목했다"며 "이것은 많은 한국인에게 이상하게 들렸고, 일부 네티즌은 '일한중'이 정확한 순서라고 비꼬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친화적인 태도를 표현하는 데 신경 쓰고 있지만 한국과 주변에서 의구심과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정부가 일본과 화해를 추진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전략 조정의 결과이자 미국이 작성한 시나리오라는 주장도 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한국이 과거 상대적으로 독립되고 균형적인 역할에서 미국의 중국 포위 전초기지로 바뀌고 있다는 의심을 할 여지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친밀함을 강조하면 중일한 3국의 구도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견제의 목소리를 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