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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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전화 수신이 잘 안됩니다." "통신 품질이 너무 별로예요. 안 삽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현지 누리꾼들은 당국의 '아이폰 금지령' 소식을 듣고 이같은 댓글을 달았다. 한 누리꾼은 "(중국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팔지 않아도)괜찮다"며 "나는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를 선택할 것"이라며 "(보유 중인)아이폰14 프로맥스는 세컨폰으로 갖고 있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열렬히 아이폰을 불매할 것"이라며 "화웨이 이겨라"라고 적기도 했다.

"어떤 브랜드 선택?"…애플 vs 화웨이 '온라인 투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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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오는 12일(현지시간) 신형 스마트폰 공개를 앞두고 중국 현지에서는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에 대한 '애국소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달 전후로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와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가 연이어 공개되면서 '애플 대 화웨이'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현지 최대 SNS 웨이보에서는 '아이폰15'와 '메이트 60' 가운데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이냐는 투표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키워드 조회수만 6500만회를 돌파했다. 온라인 투표 결과 전체 1만3000명 가운데 화웨이 메이트60은 9903표(약 74.6%)로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15는 3370표(25.4%)에 불과했다.

이번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는 특히 미국의 기술력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최신 칩이 탑재된 5세대(5G)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더욱 현지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화웨이는 2020년 9월 미국의 제재로 5G 칩을 구매할 수 없어 5G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3년만에 5G 모델을 생산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해당 모델은 첨단 반도체 장비를 갖춰야 만들 수 있는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칩이 적용됐다. 미국과 한국 등 선진국과 3~5년 수준의 기술 격차가 있는 중국이 7나노 반도체를 양산했다는 사실에 업계는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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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번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는 사전 예고없이 '깜짝' 출시돼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미국의 기술 봉쇄를 뚫고 승리를 거뒀다"며 "화웨이가 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화웨이 오픈런' 진풍경…아이폰 금지령에 시총 253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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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는 '아이폰 금지령'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라는 '아이폰 금지령'를 내렸다. 이같은 지침은 국영 기업과 다른 공공 기관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 판매를 중단할 것이란 소문도 나왔다. 미국의 강경 대응 압박이 커진 와중에 나온 소식으로, 중국이 이에 대해 맞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미중 갈등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2019년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9년 중국 현지에서 1위, 유럽 시장에서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영향력이 컸지만, 미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화웨이에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5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스마트폰 사업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자 중국 현지에서 화웨이 '애국소비' 열풍이 불기도 했다. 미국이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이후 이듬해인 2020년 2분기 화웨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46%로 치솟아 1위를 기록했었다. 이번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출시를 계기로 또 다시 화웨이 '애국소비' 열풍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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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에 따르면 '메이트 60 프로'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이후 3일 만에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약 80만대 이상 판매돼 신기록을 경신했다. 현지 언론은 "신규 예약 구매는 약 1~2주가 소요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웃돈을 주고 판매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의 총 출하량은 3800만대로 전년 대비 65% 증가할 것"이라며 "2024년에는 화웨이가 최소 6000만대를 스마트폰을 출하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휴대폰 브랜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출시 및 아이폰 금지령 등으로 애플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WSJ의 아이폰 금지령 보도 이후 이틀 동안 애플의 주가는 6%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1897억달러(약 253조원) 증발했다. 한때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총은 2조776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마틴 양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 조치와 새로운 화웨이 스마트폰의 인기는 애플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이 영향으로 애플은 2024년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의 1000만대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