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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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新자원전쟁]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시대를 맞아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글로벌 기업들의 에너지 자립도를 결정짓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 상용화를 위해선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보다 6~13배 많은 ‘그린 메탈(친환경 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 1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광물은 흑연(66.3㎏) 구리(53.2㎏) 니켈(39.9㎏) 망간(24.5㎏) 코발트(13.3㎏) 리튬(8.9㎏) 희토류(0.5㎏) 아연(0.1㎏) 등 206.7㎏에 이른다. 전통 내연차(구리 22.3㎏ 망간 11.2㎏ 등 33.5㎏)보다 6배가량 많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선 훨씬 더 많고 다양한 종류의 광물이 필요하다. 해상 풍력 발전소 1개를 짓는 데 구리(MW당 8000㎏‧MW는 메가와트로, 설비 용량 단위), 아연(MW당 5500㎏), 망간(MW당 790㎏), 크롬(MW당 525㎏), 니켈(MW당 240㎏), 희토류(MW당 239㎏), 몰리브덴(MW당 109㎏) 등 1만5403㎏의 광물이 들어간다. 천연가스 기반 화력 발전소(구리 MW당 1100㎏, 크롬 MW당 48.3㎏, 니켈 MW당 15.8㎏)에 필요한 광물 총량의 약 13배 수준이다.

2010년부터 재생 에너지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하면서 발전 용량당 평균 광물 소비량은 50% 넘게 불어났다. 이런 흐름은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따라 미래에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72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TC)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그리드,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인프라가 각각 현재의 3배, 15배, 25배, 60배 더 많아져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린 메탈 수요는 연간 3500만t, 알루미늄과 철강을 포함할 경우 무려 누적 65억t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전기 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과 구리의 경우 기존의 노후화된 그리드(전력망)의 현대화 등 에너지 공급망을 효율화하는 작업에 핵심적인 자원으로 꼽힌다. 두 광물은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발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30% 넘게 하락했지만, 미래 잠재 수요 대비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 수급 경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전기화 기술의 초석이 되는 구리는 2035년까지 미국에서만 연간 1000만t 규모의 수급 부족이 발생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선제 투자에 나섰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는 탄자니아에 니켈 재활용 시설을 짓고 있으며, 리오틴토는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알루미늄 생산 기술에 신규 투자의 초점을 맞췄다. 미국의 ‘석유 공룡’ 엑손모빌마저 리튬 채굴 사업에 뛰어드는 등 전통 에너지 기업들이 줄줄이 광물 확보 전쟁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