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 등 세계 각국으로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가 천재지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수, 전력 같은 반도체 핵심 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이 생겨 수천억원대 손실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 최고 기온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3개월 가까이 이어져 현지 기업들의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더위가 계속돼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서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가 지난 6일 에너지 비상경보 2단계를 발령하고 비상 운영에 들어갔을 정도다. 텍사스주 오스틴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있고 인근 테일러에는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최첨단 공장이 올라가고 있다.

현재는 비상경보가 해제됐지만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비상 상황이다. 과거에도 천재지변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2021년 2월엔 한파로 오스틴에 약 3일간 전력 공급이 중단돼 공장 가동을 멈췄다. 정전으로 인한 손실은 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도 비슷한 상황이다. TSMC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는 애리조나주엔 가뭄이 골칫거리다. 최근 가뭄이 길어지자 건설 현장에 물 공급이 제한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진출 국가를 선택할 때 기후 등 자연환경과 이를 상쇄할 물·전력 인프라를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