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법 제정 이끈 이상호 前 신협중앙회장 별세
한국에서 민간 협동조합인 신용협동조합이 처음 세워진 것은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1900~1993)가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성가신용협동조합을 결성한 1960년이었다. 이듬해 가브리엘라 수녀를 만난 뒤 평생 신협운동에 헌신한 이상호 전 신협중앙회장이 지난 7일 별세했다고 신협중앙회가 전했다. 향년 93세.

1930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조선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농업은행(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1958년 ‘농어촌 고리채 표본조사’를 한 결과 농촌의 참담한 현실이 농가 고리채와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민족자본 육성에 관한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신협에서 5일간 교육을 받은 회원들이 돈(저축)을 모으는 걸 본 그는 농업은행을 그만둔 뒤 신협운동에 참여했다.

가브리엘라 수녀는 성가신협을 설립한 뒤 1962년 부산에서 협동조합교도봉사회를 조직해 신협운동을 확산시켰다. 1964년 서울신용협동조합지부 월례회의에서 전국연합회 설립을 제안, 그해 4월 신협연합회를 출범시켰다. 고인은 1962년 협동조합 교도봉사회에도 참여했다. 회계사 자격을 획득한 뒤 부산지구 평의회 회장을 거쳐 1967년 연합회 회장이 됐다. 1973년 4월까지 6년간 6~11대 회장으로 재임하고 1972년 8월 신협법 제정을 이끌었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 16~17대 신협중앙회 회장을 다시 지냈다. 이때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연수원을 설립했다. 2010년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9일 오전 6시15분.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