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농기계, 석유화학, 철강,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8일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의 근간인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올해는 두 나라가 수교한 지 50년을 맞는 해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경제 성장 역량을 갖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선도국이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토대로 확실하게 보장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아세안 및 인태 지역 핵심 협력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기여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도 “양측 간 호혜적, 실질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양국 교역과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교역 규모는 2022년 기준 260억달러로, 2020년(139억달러) 대비 약 두 배로 늘었다. 수교 첫해인 1973년(2억달러)과 비교하면 130배 성장했다.

두 정상은 양국 기업이 상대국에 좀 더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데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수입물량 제한, 인증 제도, 상표권 침해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며 조코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각별한 관심을 두고 살펴보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는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롯데케미칼 등 20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방산 협력도 강화한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KT-1(군용훈련기), T-50(고등훈련기)의 첫 번째 수출국이다. 아세안 내 최대 방산 수출대상국(누적 43억달러)이기도 하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2026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해 전투기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이 80%, 인도네시아가 20%를 부담한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 경제 규모와 영토, 인구 등이 모두 1위인 ‘맹주 국가’다. 조코위 대통령은 2045년까지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사업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핵심 광물 등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LX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등이 참여하는 ‘배터리 그랜드 패키지’ 프로젝트는 연내 인도네시아에 양극재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이 세계 1위인 국가로 업계에서는 ‘전기차 공급사슬의 핵심 고리’라고 불린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첨단산업과 인도네시아의 핵심 광물을 연계하는 연대가 대폭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카르타=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