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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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와 고(高)금리 장기화 전망에 달러화 가치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를 시장 전망보다 오래 유지할 것이란 예측이 달러화 가치에 반영돼서다.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은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통화 가치가 떨어졌다. 중국은 경기 불안 우려가 여전해 위안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인플레 장기화 전망에 달러 강세

'킹달러' 다시 고개…위안화 16년 만에 최저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에 대비한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기준 105.157로 지난 3월 10일(105.352) 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이후 105선을 사이에 두고 등락하며 8일 오후 4시10분 기준 104.865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로 내려올 때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란 시장 전망이 반영됐다. Fed가 고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오랜 기간 이어가면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높은 유가와 고용시장이 변수다. 세계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원유 감산 기간을 올해 12월까지 연장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발표 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미국의 고용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주간(8월 27일∼9월 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23만8000건)보다 적은 21만6000건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 연착륙(소프트랜딩)할 거란 기대도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Fed 관계자들은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현재 금리 수준을 얼마나 유지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7일(현지시간) “앞으로 몇 달간 지표에 대한 추가 평가를 통해 인플레이션 진압을 위한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같은 날 “이제는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낮아질 수 있도록 조정됐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화·엔화는 약세

달러화 강세 속에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두 나라 모두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역내 위안·달러화 환율은 7일에 전장 대비 0.0117위안 오른 7.3297위안에 장을 마감했다. 8일에는 7.3415위안으로 마감, 2007년 12월 26일(종가 기준 7.3497위안) 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금리 격차 확대뿐 아니라 중국 경제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위안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진입한 가운데 부동산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월 중국의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1.8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엔화 가치도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8일 장중 147.87엔을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았다. 이날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1330원대를 계속 웃돌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0원 내린 1333.4원에 장을 마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안상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