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미국이 9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 중동, 유럽을 철도 등으로 연결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이으려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맞불을 놓는 방안이다.

이와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한 G20 정상회의에서 여러 정상들과 접촉하며 중국 견제 행보를 본격화했다.

인도-페르시아만-유럽 연결

미국과 인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MOU 체결국 외에 이스라엘과 요르단도 IMEC에 동참하기로 했다.

IMEC는 인도와 중동, 유럽의 철도 및 항만 같은 인프라를 연결해 상호 간 무역을 촉진하는 게 골자다. 인도와 페르시아만을 잇는 동부 회랑, 페르시아만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부 회랑으로 구성된다.

회랑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전기 및 통신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또 수소 파이프 라인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유럽으로 청정 수소를 공급할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번 구상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항구들을 연결하는 '진짜 빅딜'"이라고 추켜세웠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번 구상은 역사적"이라며 "철도 연결만으로도 EU와 인도간 교역 속도를 40% 가량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연합(EU)은 앙골라 로비토 항구와 잠비아 구리 채굴 지역을 연결하는 아프리카 횡단 회랑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등 관련국들은 앞으로 60일간 실무그룹 논의를 통해 재원 마련 방안 등 상세 추진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AP통신은 IMEC가 내년에 실질적인 건설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의 광폭 행보

미국은 IMEC을 통해 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인도와 유럽, 이스라엘 뿐 아니라 일부 중동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연결성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에 대응할 방침이다.

중국은 자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집권한 이듬해인 2013년에 시작됐다. 중국 자본으로 저개발국의 자원을 개발해 함께 발전하자는 목표를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중국 은행이 저개발국에 자금을 제공한 대가로 저개발국의 인프라 운영 및 광산 개발 이익 등을 공유했다.

미국은 다음달 시 주석 주재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앞서 IMEC 구상을 내놨다. 특히 중국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는 중동에서 미국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이와함께 중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인도도 끌어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양국의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대면 회담은 모디 총리의 지난 6월 미국 국빈 방문 이후 3개월만이다.

두 정상은 양국의 군사 협력을 우주,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까지 확대하자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인도가 해외 파견된 미국 군용기와 함정에 대한 보수의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는 약속도 다시 공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베트남을 방문해 아시아 순방의 대미를 장식한다. 베트남은 인도와 더불어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도 자리잡고 있어 안보 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번 구상이 걸프 지역에서 유럽까지 가는 에너지와 무역 물량의 수송 시간, 비용 등을 줄이고 여러 분쟁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