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 개막연설서 나형윤 선수 언급도
우크라 기립박수 환호한 상이군인체육대회…"불굴의 정신 존경"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2023 인빅터스 게임' 개막식이 열린 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

'꺾이지 않는 정신'을 외치며 한자리에 모인 상이군인 선수들과 관중들이 상기된 얼굴로 환호했다.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는 순간이었다.

관중들은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대회 참가를 결정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몇몇 우크라이나 선수는 열렬한 환영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타이라'라는 애칭으로 호명된 퇴역 여군 율리야 파예우스카 씨는 지난해 3월 참전했다가 러시아 군에 포로로 잡혔고, 같은 해 6월 천신만고 끝에 풀려난 인물.
인빅터스 게임의 창설자인 영국 해리 왕자는 파예우스카 씨를 향해 "이처럼 용기 있고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에너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며 경의를 표했다.

우크라 기립박수 환호한 상이군인체육대회…"불굴의 정신 존경"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은 이은주 선수는 전날 환영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면서 "전쟁의 현실을 받아들이되 이 순간을 즐긴 뒤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국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은 'K팝의 나라' 출신답게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히트곡 '버터'(Butter)와 함께 입장했다.

11명의 소규모 선수단이었지만 미국·영국 등 10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이 입장할 때 못지않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태호 선수단장은 "등장음악 선정에 공을 들였다"며 "널리 알려진 K팝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익숙함으로 다가온 듯하다"고 말했다.

우크라 기립박수 환호한 상이군인체육대회…"불굴의 정신 존경"
해리 왕자는 21개국 선수단 입장을 마친 뒤 개막 연설에서 한국의 나형윤 선수를 언급했다.

나 선수는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에서 사이클 남자 3.3㎞ 개인독주 로드 바이크1(총 3단계 장애등급 중 최고 등급)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2006년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경계 작업을 서다가 고압전기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해 치료 과정에서 양팔을 모두 절단했다.

해리 왕자는 "나 선수는 '장애를 극복하기보다 우리의 장애를 향한 사회의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인빅터스 게임은 메달, 기록, 완주에 대한 것뿐 아니라 자신에게 가해진 인식을 극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첫 대회가 열린 '인빅터스 게임'은 영국의 해리 왕자가 창설한 국제 상이군인 체육대회다.

한국의 출전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대회는 오는 16일까지 계속된다.

한국 선수단은 권현주(양궁·탁구), 김종준(사이클·실내조정), 최승민(사이클·실내조정), 이지익(사이클·수영·육상), 홍미향(사이클·실내조정), 정은창(탁구·양궁), 최일상(탁구·실내조정), 신법기(탁구·휠체어 럭비), 김인희(실내조정·양궁·탁구), 이주은(실내조정·역도), 이은주(육상·실내조정·탁구) 선수 등 11명이 8개 종목에 출전한다.

우크라 기립박수 환호한 상이군인체육대회…"불굴의 정신 존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