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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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과 1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관한 회원국 간 입장은 첨예하게 달랐지만 개막 첫날 합의를 이끌어 냈고, 작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채택한 공동선언과 달리 러시아를 직접 규탄하는 문구들을 담지 않아 눈길을 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9일 “예상한 것보다 빨리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올해 공동선언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가까워졌고, 인도와 중국 긴장은 고조되고 있는 데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공동선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직접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는 문구는 담지 않았다. 회원국들은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국가는 어느 국가의 영토 보전과 주권, 정치적 독립에 반해 영토 획득을 추구하기 위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해야만 한다"고만 밝혔다.

작년 발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에 초점이 맞췄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WSJ은 보도했다.러시아 침공과 우크라이나 철수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언급하는 문구가 없다. 대부분 회원국이 전쟁을 비난했다는 내용도 없다. 회원국들은 각국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전쟁이 식량 안보, 공급망 및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만 강조했다.

이번 공동선언에 따르면 “‘연속적인 위기’(cascading crises)가 장기적 경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며 세계 경제를 지지하기 위한 거시경제 정책 조율을 촉구했다. 이 밖에 핵무기 사용이나 사용 위협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촉구한다는 내용들도 담겼다.

미국 등 서방 회원국들은 전쟁을 규탄하는 강력한 내용이 담기길 원했지만 러시아는 완화된 표현을 요청해 이를 절충한 것으로 평가됐다. 유럽연합(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나 중국이 서명하기 전에 EU가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며 “올해 최우선 과제는 흑해 곡물협정을 복원하는 등 전쟁 관련 문제들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