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원수인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지난 8일 밤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에서 무릎을 꿇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 원수인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이 지난 8일 밤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에서 무릎을 꿇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정권 수립 75주년(9·9절)을 맞아 덤프트럭, 탑차로 위장한 방사포를 내세운 ‘민방위 무력 열병식’을 열었다. 전략 무기를 내세워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이번 열병식은 정규군이 아니라 우리의 예비군과 비슷한 노농적위군을 중심으로 ‘민방위 무력 열병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에 이어 5년 만에 중앙보고대회도 열렸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방위 무력 열병식인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 무기 대신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통신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선 ‘룡악산 샘물’ 상호가 표시된 하얀색 탑차와 ‘건설의 대번영기’ 문구가 새겨진 건설용 빨간색 덤프트럭, 시멘트 운반 차량 등에 각각 방사포가 설치돼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소개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 당시 개최한 열병식 때와 달리 외국사절은 부각되지 않았다. 중국은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김정은 옆에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협주단만 현장에 보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축전을 통해 확고한 연대 메시지를 전달했다.

가장 이목을 끈 건 김정은 바로 옆자리에 정장을 입고 앉아 열병식을 지켜본 딸 김주애였다. 김정은 부인 이설주는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 수행한 것이다. 북한군 서열 1위 자리에서 해임됐다가 최근 군 최고 계급인 ‘원수’를 달고 복귀한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 김주애에게 귓속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주애가 공식 직책도 없지만, 군주제 국가의 왕족에 해당하는 ‘백두혈통’으로서 김정은 다음 가는 위상을 이미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