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규모 4.5 여진 속 필사의 구조·수색 지속
구조 난항에 사상자 증가 우려…각국 지원 손길 잇따라
120년 만의 최강 지진 강타 모로코…2천명 넘게 사망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120년 만의 최강 지진 희생자가 2천 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진 발생 사흘째 규모 4.5의 여진이 관측되고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필사의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의 피해가 커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모로코를 돕기 위한 각국의 지원 손길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모로코 정부는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데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120년 만의 최강 지진 강타 모로코…2천명 넘게 사망
◇ '규모 6.8' 120년 만의 강진 희생자 2천명 넘어…더 늘 수도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록이 있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11시 11분께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관측된 규모 6.8의 지진은 지난 120여년간 이 주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더 마탱'은 10일 내무부가 이번 지진으로 전날 오후 10시 현재까지 2천12명이 숨지고 중상자 1천404명을 비롯해 2천59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천293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 주 452명, 치차우아 주 181명, 르자자트 주 41명 등의 순이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서도 15명이 희생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USGS도 이번 모로코 강진의 인명피해 추정치 평가를 이날 지진 발생 직후 내린 기존의 '황색경보'에서 '적색경보'로 두 단계 상향했다.

USBS는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천∼1만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그러나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로 전망했고, 6%의 확률로 10만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120년 만의 최강 지진 강타 모로코…2천명 넘게 사망
◇ 필사의 구조·수색 작업…휴일 아침 규모 4.5 여진 관측도
강진 피해 지역에서는 필사의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앙과 가까운 알하우즈 주 물라이 브라힘 마을 광장에서는 주민들이 시신 수십구를 모아 간이 장례를 치른 뒤 공동묘지로 옮기는 모습이 항공사진으로 포착됐다.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치우다 가족의 시신을 발견해 울부짖는 주민도 보였다.

구조대는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피해 지역에 접근해야 하지만 지진이 산을 뒤흔들면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도로 곳곳을 막아놓았다고 물라이 브라힘 지방정부는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여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휴일인 이날 오전 9시께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를 3.9로 추정한 USGS가 밝힌 진앙은 북위 30.99도, 서경 8.44도로 지난 8일 강진 진앙(북위 31.11도, 서경 8.44도)과 가깝다.

두 기관 모두 진원 깊이는 10㎞로 파악했다.

120년 만의 최강 지진 강타 모로코…2천명 넘게 사망
◇ 여진·추가 붕괴 우려에 노숙하는 주민들…세계문화유산도 손상
여진이나 금이 간 건물의 추가 붕괴를 우려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노숙에 나선 주민들도 많았다.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이 모여있는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 제마 엘프나 광장은 이들의 피난처가 됐다.

가족들과 함께 이틀째 광장에서 밤을 지낸 무하마드 아야트 엘하즈는 로이터 통신에 "전문가를 불러 집에서 지내도 안전한지를 알아보는 중"이라며 "위험하다고 하면 집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도 강진 피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대 도시의 건물과 벽은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은 까닭에 모로코에서는 전례가 드문 강력한 진동에 속수무책이었다.

진앙이 위치한 아틀라스산맥의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인 틴멜 모스크도 이번 지진으로 일부가 무너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에는 틴멜 모스크의 무너진 벽과 반쯤 무너진 탑, 커다란 잔해 더미가 찍혀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120년 만의 최강 지진 강타 모로코…2천명 넘게 사망
◇ 각국 지원 손길 잇따라…정작 모로코는 SOS에 '소극'
모로코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을 받은 스페인이 군 긴급구조대(UME) 56명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모로코를 돕기 위한 발걸음도 일부 빨라지는 양상이다.

튀니지에서는 전날 구조팀 50여명이 모로코로 향했고,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가 현지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편다.

알제리도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그러나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려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해외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모로코가 공식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 등 4개국이 전부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