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가 미래 사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필름과 비주력 석유화학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동시에 반도체, 2차전지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脫석화' SKC, 이번엔 반도체 패키징 투자
SKC는 미국 반도체 패키징 스타트업 칩플렛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참여해 약 12%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11일 발표했다. 양사 합의에 따라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정확한 지분율은 투자가 마무리되면 최종 확정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칩플렛은 2016년 글로벌 반도체 회사인 미국 AMD의 사내벤처(CIC)로 출범해 2021년 분사한 기업이다. 창업자인 브라이언 블랙 최고경영자(CEO)는 인텔과 AMD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반도체 패키징 분야 전문가다. 이 회사는 첨단 반도체 기판의 구조 체계(아키텍처) 설계, 기술개발, 대형 고객사와의 네트워크 역량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은 중앙처리장치(CPU), D램 등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칩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후공정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에선 미세공정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여러 칩을 한데 모아 구동하도록 연결하는 패키징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SKC의 이번 투자는 2021년 2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설립한 반도체 글라스 기판 회사 앱솔릭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결정이다. 글라스 기판으로 반도체를 패키징하면 칩셋의 데이터 처리량을 대폭 늘리면서도 전력 소비량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SKC 관계자는 “글라스 기판 생산 역량에 칩플렛의 설계 기술 등을 더해 ‘반도체 패키징 솔루션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C는 2020년 2차전지의 필수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KCFT를 인수하며 2차전지 소재 시장에도 진출했다. SK넥실리스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전북 정읍 공장을 증설하고, 말레이시아와 폴란드에도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5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동박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일본 도요타통상(7월), 독일 바르타(8월), 일본 인비전AESC(9월) 등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SKC는 기존 주력사업이던 석유화학 분야의 비중은 계속 줄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합작해 설립한 폴리이미드 필름 회사 SKC코오롱PI의 지분을 2020년 매각했다. 이후 △화학사업부문 지분(2020년·4억6460만달러) △SK바이오랜드(2020년·1200억원) △필름사업부문(2022년·1조6000억원) 등을 정리했다. SK피유코어와 SK엔펄스 파인세라믹사업부문의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다. SK피유코어는 폴리우레탄 원료를 만드는 자회사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석유화학 공장 증설과 공급 과잉이 예견될 당시부터 SKC는 비주력 석유화학사업부문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며 “빠른 의사결정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이동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SKC의 올 상반기 기준 석유화학과 반도체·2차전지 소재 매출 비중은 6 대 4 정도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