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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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에게 정비사업 구역 내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작게 나누어 소유권을 넘겨주는 '지분쪼개기'로 토지등소유자를 늘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달성한 행위는 탈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서울 성북구 장위3동 일대(장위3구역) 토지등소유자 A씨 등이 성북구청을 상대로 낸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분쪼개기는 도시정비법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지분쪼개기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위해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조합설립 인가를 마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2003년 말부터 장위3구역 일대 부동산을 집중 매입해온 대명종합건설은 이곳에 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657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 업체는 2008년에도 장위3구역과 인접한 장위뉴타운 내 지역에서 '꿈의숲대명루첸(611가구)' 아파트를 준공한 경험이 있다.

대명종합건설은 2008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장위3구역에서 보유한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임직원과 지인 등 총 209명에게 매매·증여했다. 이 가운데 194명이 취득한 토지의 지분은 모두 1㎡ 이하였다. 대명종합건설로부터 넘겨받은 건축물 지분이 0.4㎡ 이하인 사람도 40여 명에 달했다. 대명종합건설은 2019년 5월 장위3구역 토지등소유자 512명 중 391명의 동의(동의율 76.37%)를 받아 성북구청의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냈다.

이에 원고들은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쪼개기 방식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고, 그들에게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사업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율 요건을 산정하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수 및 동의자 수에서 각각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후로도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 양도체가 법적으로 막혀 있진 않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지분쪼개기는 탈법행위이고,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최초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