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아들·딸의 해외 재산 신고를 수년간 누락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 측은 자녀들이 해외에서 사실상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사실관계 파악에 제한이 있었다면서 추후 청문 과정에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11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인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09년 관보에 처음 재산을 공개할 때부터 미국에 장기간 거주했던 아들·딸의 현지 계좌 내역을 신고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판사들은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은 관보를 통한 재산공개 대상이다. 거짓으로 기재할 경우, 최대 해임에 이르는 징계에 처하게 된다.

이 후보자의 장남에게는 약 3년 6개월에 걸쳐 총 3억5000만원가량의 근로소득이 현지 계좌로 입금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후보자는 해당 기간 장남의 국내 계좌만 등록하고 해외계좌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장남은 미국 소재 투자은행인 리와이어 시큐리티 유한회사(Rewire Securities LLC)에서 2014년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근무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장남의 기본 연봉은 약 8만5000달러였고, 2018년에는 1만5000달러 상당의 보너스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남은 앞서 2007년~2014년 미국 대학에서 유학했으나, 해당 기간 체류 자격 유지·학비 및 생활비 명목으로 사용했을 현지 은행 계좌도 관보에 공개되지 않았다.

서 의원에 따르면 그의 장녀도 2002년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브뤼셀 교향악단, 베르겐 필하모닉 등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여러 차례 협연하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수입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 장녀는 현재는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한 공직 후보자 재산변동사항신고서에서 처음으로 장녀의 해외계좌 잔고(CITI은행 91만원, PNC은행 2천200만원)를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이번에 신고한 외국 계좌를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장기간 재산 신고에서 외국 계좌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 측은 "후보자의 자녀들이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사실상 독립적으로 생계를 영위해 재산 신고와 관련된 사실관계 파악에 제한이 있었다"며 "추후 청문 과정에서 상세한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앞서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9억9000만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20년간 재산등록에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후보자와 그 가족의 재산은 총 72억여원이다.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최대 규모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