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프리즈 공동개최 덕에
국내 화랑 전시 수준 급성장
"서울, 판매성과·인프라 모두
아트바젤 홍콩과 견줄 수준"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대표(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KIAF와 프리즈 공동 개최 이후 한국 미술시장의 역량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5년부터 원앤제이갤러리를 운영하며 미술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전시와 작가 정보 등을 제공하는 아트 플랫폼 ‘아티팩츠’ 대표이자 한국화랑협회의 국제이사기도 하다.
박 대표는 “지난 10일 막을 내린 KIAF-프리즈가 기존 아시아 최강이던 아트바젤 홍콩과 어깨를 견줄 만하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됐다”고 했다. 판매 성과부터가 그렇다. 미술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서는 수억~수십억원대 작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을 찾은 세계 미술계 사람들이 “이렇게 인프라가 좋은 나라인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아 감탄했다는 것. 박 대표는 “미술대학, 미술관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전 세계를 둘러봐도 드물다”며 “여기에 더해 미술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교양과 지식수준이 높고 경매시장까지 활성화돼 있는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프리즈의 한국 진출로 KIAF가 동네 장터로 전락하고, 국내 화랑이 해외 화랑의 한국 지점에 밀려나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프리즈의 한국 진출은 위기보다 기회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그는 “프리즈의 한국 진출로 세계적인 대작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는 작가가 많다”며 “한국 컬렉터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국내 화랑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프리즈에 자극받은 국내 화랑들이 올해 KIAF에서 전반적인 전시 수준을 작년에 비해 확 높였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프리즈가 미국의 아머리쇼 등 여러 아트페어를 인수하면서 세력을 키우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미술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만큼이나 다양성과 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은 다시 중국이 됐고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자들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지금 동아시아 미술을 세계에 알릴 장소는 서울뿐”이라며 “KIAF가 동아시아 주요 국가의 화랑과 컬렉터가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