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가구를 사지 않아 가구 업체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집 꾸미기가 시들해진데다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아 주택 구매와 이사가 줄어든 탓이라고 9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전했다.

지난주 2분기 실적을 내놓은 가구 소매업체 2곳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지난 7일 가정용 고급 가구 판매업체 RH는 2분기 매출이 1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8일에는 미국 최대 온라인 가구 플랫폼인 웨이페어와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 등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가구 및 인테리어 전문 기업 후커 퍼니싱스는 2분기 매출이 36% 급감했다고 밝혔다.

향후 실적 부진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커지면서 8일 RH 주가는 16%, 후커 퍼니싱은 17% 하락했다. 두 회사는 팬데믹 때 집콕 트렌드에 힘입어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가 최근 판매 둔화를 겪고있는 가구 소매업체 중 하나다. 특히 RH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가 2019년 투자했다가 지난 5월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실적 부진에 빠진 가구업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미국 홈퍼니싱 브랜드 ‘웨스트엘름’과 ‘포터리반’을 소유한 윌리엄-소노마도 각각 브랜드 매출이 20%, 1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웨이페어는 매출이 3.4% 감소했고, 리클라이너 소파 등 가구 제조업체인 레이지보이도 지난달에만 매출이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로라 알버 윌리엄-소노마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전환하면서 1년 전보다 고가 가구를 덜 구매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구를 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브래드 토마스 키뱅크 캐피털 마켓의 소매업 애널리스트는 “팬데믹 이후 발생한 지출 변화의 일부” 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행과 여가에 투자하는 대신 물건을 소비해 가구 카테고리는 2020년 말부터 2021년까지 큰 수혜를 봤지만 작년과 올해는 그 효과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홈디포나 타깃과 같은 주택 개량 소매업체 매출도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주택 개량 경기 둔화에는 주택 시장이 한몫을 하고 있다. 미국 주택 가격은 6월 기준으로 5개월째 상승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집값은 비싼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주택시장 거래가 줄고 또한 가구를 살 여력도 많지 않다는 의미다.

게리 프리드먼 RH CE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와 내년까지 고급 주택 시장 여건이 여전히 도전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 건수가 2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토마스 애널리스트는 “이사가 주택 구입을 위한 중요한 촉매제인데, 매물은 적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 구매 활동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부진을 견디지 못한 가구업체들은 문을 닫고 있다. 지난달 가구 체인인 미셸 골드+밥 윌리엄스는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크리스 모예 CEO는 영업점 폐쇄를 발표하며 “현재 경제 상황은 미국 가구업계에 중대한 과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조만간 가구를 사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레미 호프 후커 퍼니싱스 CEO는 “전년도에 비해 여름까지 매달 들어오는 주문이 증가하는 추세에 접어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 이라고 밝혔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