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배 사흘만에 "도박장에서 봤다" 한국인 제보 전화
잠복수사 3시간 30분 만에 검거…국내 압송 절차 진행 중
수억원대 도박 빚 있던 대전 신협 강도, 다낭 카지노서 체포
대전의 한 신협에 침입해 현금을 훔쳐 달아난 뒤 베트남에서 붙잡힌 피의자 A(47)씨는 검거 당시에도 다낭 현지에서 도박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대전경찰청 브리핑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1일부터 베트남 현지 경찰과 공조로 탐문수사를 이어가던 중 공개수배로 전환키로 하고 지난 8일께 수배 전단을 배포했다.

A씨는 경찰이 베트남 다낭 현지 공개수배로 전환한 지 사흘 만에 붙잡혔다.

경찰은 공개수배 이후 'A씨가 현지 한인 마트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다.

절도 범행을 하는 장면이 한인 마트 내 CCTV에 잡혔는데, 수배 전단 속 A씨의 사진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지난 10일 오후 3시 20분께 "4∼5일 전쯤 피의자를 다낭 카지노에서 봤다"는 결정적인 제보 전화를 받았다
대전경찰청은 대전 서부경찰서로 걸려 온 이 전화 내용을 즉시 현지 공안과 공유하고, 잠복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3시간 30분 만인 오후 6시 55분(다낭 현지 시각 4시 55분)께 A씨를 다낭 모처의 호텔 안 카지노 내부에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최근 수년간 해외 원정 도박을 다니며 도박 빚을 져 온 사실이 확인됐다.

검거 당시에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리고, 한화 200만원 상당의 카지노 칩을 소지한 채 도박판을 기웃거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베트남 경찰이 진행한 기초 피의자 조사에서 대전 신협 강도 범행을 시인했다.

A씨는 앞서 지난달 18일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서 흉기로 직원을 위협해 3천900만원을 빼앗은 뒤 미리 훔쳐 놓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범행 전후 오토바이, 택시 등 여러 이동 수단을 번갈아 가며 CCTV가 없는 길을 찾아 도주하고, 10회에 걸쳐 옷을 갈아입는 등 경찰 수사망을 교묘히 피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3천여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CCTV 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신원을 확정했지만, A씨는 전날 이미 다낭으로 출국한 뒤였다.

대전경찰청은 국내에 있는 주변인 조사와 금융, 통신 추적 등을 통해 A씨의 행방을 파악하고, 서울경찰청과도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즉시 요청한 뒤 A씨를 추적해왔다.

경찰은 A씨의 국내 압송 절차를 밟고 있으며, 압송하는 대로 구속해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훔친 돈의 행방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모두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