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워터해저드와 악연이 깊다. 중요한 대회에서 타수를 잃게 하는 원흉인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화풀이를 위해 클럽이나 공을 일부러 물에 빠뜨린 일도 있었다. 대표적 사건은 2015년 3월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일어났다. 대회 2라운드 8번홀(파5)에서 3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아이언샷이 마음에 들지 않자 매킬로이는 골프채를 코스 옆 연못에 그대로 던져버렸다. 이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팬은 물론 동료에게도 한동안 놀림감이 됐다.

지난해 8월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선 갤러리가 그린에 던져놓은 공을 그대로 옆 호수에 던진 적도 있다. 갤러리 한 명이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는 공을 홀컵에 넣으려고 하자 화가 나서 한 행동이었다.

매킬로이는 또다시 워터해저드와 악연을 맺었다. 이번엔 워터해저드 때문에 다 잡은 우승을 날렸다. 그것도 네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다. 그는 11일(한국시간) 아일랜드 킬다레 스트라판의 더케이클럽에서 열린 아일랜드내셔널 타이틀대회 DP월드투어 호라이즌아이리시오픈에서 2오버파 74타를 적어내는 데 그치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 공동 16위에 머물렀다.

매킬로이는 3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쳐 선두에 2타 차 3위로 올라섰다. 외신은 2016년 이 대회 정상에 오른 매킬로이가 역전 우승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매킬로이는 첫 4개 홀에서 2개의 버디를 낚아채 공동 선두에 오르며 역전승을 향해 시동을 거는 듯했다. 그러나 7번홀(파4)에서 158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밀리면서 공이 물에 빠졌다. 승부처에서 2타를 잃은 매킬로이는 11번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을 당겨 쳐 그린 왼쪽 워터해저드에 집어넣었다. 이 홀에서도 1타를 잃었다.

이후 잘 버티던 매킬로이는 16번홀(파5)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260야드를 남기고 투온을 노리던 그는 공을 그린 앞 연못에 빠뜨렸다. 벌타를 받은 뒤 친 네 번째 샷마저 물에 빠졌다. 결국 트리플 보기로 홀아웃한 매킬로이는 전의를 상실한 채 고개를 숙였다. 우승을 차지한 빈센트 노르만(26·스웨덴)이 매킬로이에게 5타 앞서 우승한 것을 고려했을 때 매킬로이는 해저드 실수만 없었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으나 물의 저주에 발목이 잡히면서 타이틀 탈환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노르만은 이날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지난 7월 바바솔 챔피언십에서 거둔 첫 승 뒤 나온 투어 두 번째 우승이다. 노르만은 “매킬로이는 내가 동경하는 선수였는데 그를 상대로 우승하다니 너무 멋지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