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할인마트 오르길에서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할인마트 오르길에서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국내 유통업체들이 몽골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K컬처 열풍으로 현지에서 한국 식품과 생활필수품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소비시장 성장 잠재력도 크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편의점 CU, GS25가 점포 확장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몽골에서 처음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에 나섰다.

홈플러스, 몽골 진출

홈플러스는 몽골 서클그룹이 운영하는 할인마트에서 PB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홈플러스의 몽골 시장 첫 진출이다. 홈플러스는 서클그룹과 2년 공급 계약을 맺고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할인마트인 오르길과 토우텐 14개 매장에서 PB 상품을 판매한다.

판매 품목은 ‘홈플러스 시그니처’ 가공식품과 화장지, 물티슈 등 생필품 200여 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서 한시적으로 10여 종의 PB 상품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장기로 현지 유통 채널에 입점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몽골 소매 유통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제조업이 취약한 몽골은 수입 상품 의존도가 높아 시장 판매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된다”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PB 상품의 판로로 제격인 곳”이라고 했다.

젊은 층 인구 비중이 크고, K컬처 확산으로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진출을 결정한 요인이다. 서클그룹도 수도권 홈플러스 점포와 물류센터를 두 차례 방문하는 등 이번 계약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내년에 판매 품목을 냉장·냉동식품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몽골에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개점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전략 선회

"한국 좋아요" 인기 폭발하더니…K유통, '이 나라'에 꽂혔다
국내 유통업체 중 몽골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2016년 몽골 유통업체인 스카이트레이딩과 손잡고 대형마트가 없던 울란바토르에 1호점을 열었다.

이달 초엔 ‘미래형 대형마트’로 내세운 인천 연수점처럼 테넌트(임차 점포)와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한 4호점을 개점했다.

편의점업계 수위를 다투는 CU와 GS25도 각각 2018년과 2021년 몽골에 진출했다. 지난달 말 기준 현지 매장은 CU가 336개, GS25는 231개다. 이들 업체는 직접 진출 대신 현지 업체와 마스터 프랜차이즈(현지에 중간 가맹 사업자를 두는 것) 계약을 맺는 우회 진출 방식을 택했다. 해당 지역 파트너에 브랜드 사업권을 위임하되, 품질과 서비스 등을 관리하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마트의 중국 시장 철수 사례처럼 현지 직진출은 사업이 예상대로 펼쳐지지 않으면 위험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개장하며 중국에 직진출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2017년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현지 점포 개점 대신 PB 상품 판매 방식을 택한 것도 인지도를 높여 출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