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금리인상 행진 멈추나…올 성장률 전망 0.8%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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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전망치 1.0%에서 하향…내년 전망치도 1.7→1.4%
"봄 이후 추진력 잃어"…獨 유일한 역성장 전망 '암울'
"봄 이후 추진력 잃어"…獨 유일한 역성장 전망 '암울'
유럽연합(EU)이 오는 14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역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최대 경제 강국으로 꼽혀 온 독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데다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소비 지출이 위축된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전날 올해와 내년 EU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8%, 1.4%로 제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직전 전망치(1.0%, 1.7%)보다 하향된 수치다.
제조업 침체와 더불어 중국과의 교역 부진, 정부의 부양책 축소,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따른 소비 지출 압박 등이 성장 둔화 요인으로 거론된다. 고물가 상황과 관련해 위원회는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여전히 높고, 상승하는 추세이며, 5월 전망 때보다 (성장률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3%로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EU 경제는 봄 이후 추진력을 잃었다”며 “경제 활동은 2분기부터 정체되기 시작했고, 그간 발표된 지표들을 보면 앞으로 몇 달간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2분기 유로존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EU 집행위는 특히 독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예상은 0.2% 증가였다. EU 회원국 중 유일한 역성장을 점친 것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이와 같은 관측을 내놨으며, 독일경제연구소(GIER), 키엘 세계경제연구소(IfW) 등 독일 내 기관들도 자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했다. 젠틸로니 위원은 “EU 내 최대 경제의 역성장은 역내 모든 회원국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며 독일의 위축세가 EU 전체의 성장 동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 전망 악화에 따라 시장에선 ECB가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거란 기대감이 커졌다. ECB는 지난 7월까지 기준금리를 9회 연속 올린 바 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수치가 ECB의 목표인 2%를 훨씬 웃돌고 있어 통화 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EU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6.7%)보다 완화한 6.5%로 제시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당초 대비 0.1%포인트 높은 3.2%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관측돼 인플레이션 완화에 속도가 붙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집행위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이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버티고 있다”며 “고금리와 투입재 가격 하락, 공급망 활성화 등으로 식품과 서비스 가격이 꾸준히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 상승에 따라 하향 추세는 둔화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FT는 “유가 상승과 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ECB가 또 한 번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