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었던 그가 '안티' 된 이유…'쇼핑의 감성' 간과한 쿠팡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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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독주'가 기우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쿠팡의 올해 한국 소매 시장 점유율 예상치는 7.8%(증권사 분석 종합)다. 김범석 쿠팡Inc 대표가 8월 초 컨퍼런스콜에서 “여전히 한 자리수”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을 때, 말 뒤의 마음속 생각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다. ‘쿠팡은 시장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역량을 갖고 있고, 그래야만 한다’. 참고로 아마존의 미국 소매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0.8%였다.
한때 생존을 걱정해야했던 쿠팡이 ‘10% 벽’을 목표로 삼았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깝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다가 글로벌 IPO(기업 공개) 시장이 얼어붙기 직전 미국 상장에 성공한 일을 쿠팡의 실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쿠팡팬에서 ‘안티’로 전향한 소비자 A씨의 사례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A씨는 쿠팡프레쉬의 보냉백을 전향의 이유로 지목했다. “마켓컬리의 보냉백과 너무 차이가 나는 거에요. 쿠팡 보냉백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긴 한데 이곳저곳 굴러다니다 더러워진 그것을 보고 있으면 쿠팡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할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쿠팡 프레시백은 2020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다음 주문을 할 때 문 앞에 두면 쿠팡 배송 트럭이 이를 수거, 전국의 쿠팡 캠프에서 세척한 다음 물류센터로 보내져 재사용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100%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소비자가 제 때 수거 요청을 하지 않을 경우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프레시백이 아파트 복도에 방치돼 있곤 한다.
쿠팡이 기적에 가까운 성공을 거듭할 수 있던 건 ‘소비자에 대한 광적인 집착’ 덕분이다. 김범석 대표와 인도공과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실리콘밸리 출신의 엔지니어들은 극도의 효율성을 무기로 이를 현실화했다. 이마트 등 유통 거인들이 엑셀표에 머물러 있을 때 쿠팡은 모든 프로젝트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사업화했다. 시뮬레이션 결과값과의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게 쿠팡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최근 쿠팡과 올리브영의 다툼은 이 같은 쿠팡식 사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쿠팡은 화장품 브랜드의 쿠팡 뷰티 입점을 방해했다며 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시시비비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쿠팡 뷰티의 저조한 성적이 과연 올리브영의 방해 때문일까에는 의문이 든다.
올리브영의 2030세대 MD(상품기획자)들은 소비자의 감성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유럽이나 미국을 수시로 찾아다닌다. 이에 비해 쿠팡에선 MD들이 채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허다하다.
쿠팡이 마의 10% 벽을 넘기 위해선 어쩌면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혁신이 수반돼야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10분의 1 규모(지난해 매출 기준) 밖에 안되는 올리브영에 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지를 죽었다 깨어나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한때 생존을 걱정해야했던 쿠팡이 ‘10% 벽’을 목표로 삼았다는 건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깝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다가 글로벌 IPO(기업 공개) 시장이 얼어붙기 직전 미국 상장에 성공한 일을 쿠팡의 실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쇼핑의 감성’ 간과한 쿠팡
단순화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전제로, 점유율 10%는 10명 중 1명이 쿠팡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치환할 수 있다. 쿠팡 입장에선 나머지 90%를 희망이 가득한 신천지로 보고 있겠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그 많은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왜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쿠팡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쿠팡팬에서 ‘안티’로 전향한 소비자 A씨의 사례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A씨는 쿠팡프레쉬의 보냉백을 전향의 이유로 지목했다. “마켓컬리의 보냉백과 너무 차이가 나는 거에요. 쿠팡 보냉백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긴 한데 이곳저곳 굴러다니다 더러워진 그것을 보고 있으면 쿠팡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할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쿠팡 프레시백은 2020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다음 주문을 할 때 문 앞에 두면 쿠팡 배송 트럭이 이를 수거, 전국의 쿠팡 캠프에서 세척한 다음 물류센터로 보내져 재사용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100%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소비자가 제 때 수거 요청을 하지 않을 경우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프레시백이 아파트 복도에 방치돼 있곤 한다.
쿠팡이 기적에 가까운 성공을 거듭할 수 있던 건 ‘소비자에 대한 광적인 집착’ 덕분이다. 김범석 대표와 인도공과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실리콘밸리 출신의 엔지니어들은 극도의 효율성을 무기로 이를 현실화했다. 이마트 등 유통 거인들이 엑셀표에 머물러 있을 때 쿠팡은 모든 프로젝트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사업화했다. 시뮬레이션 결과값과의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게 쿠팡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10분의 1’ 올리브영이 갑질?
하지만 쿠팡이 간과한 게 하나 있다. 인간의 쇼핑 본능이다. 이곳 저곳 매장을 옮겨다니며 때론 불합리하게 보이고, 감성에 치우치기도 하는 구매의 즐거움 말이다. 쿠팡의 관점에선 가장 싸고, 빠르게 배송해주는 쿠팡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 건 반(反)이성적이다. 소비자가 쿠팡을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아직 그 맛을 못 봤기 때문이다.최근 쿠팡과 올리브영의 다툼은 이 같은 쿠팡식 사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쿠팡은 화장품 브랜드의 쿠팡 뷰티 입점을 방해했다며 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시시비비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쿠팡 뷰티의 저조한 성적이 과연 올리브영의 방해 때문일까에는 의문이 든다.
올리브영의 2030세대 MD(상품기획자)들은 소비자의 감성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유럽이나 미국을 수시로 찾아다닌다. 이에 비해 쿠팡에선 MD들이 채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허다하다.
쿠팡이 마의 10% 벽을 넘기 위해선 어쩌면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혁신이 수반돼야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10분의 1 규모(지난해 매출 기준) 밖에 안되는 올리브영에 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지를 죽었다 깨어나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