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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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횡보하고 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이더리움 선물 ETF 출시 가능성으로 상승 동력은 남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물 ETF 승인 가능성 커져

유가 급등에 고금리 지속 우려…비트코인 3500만원대서 '주춤'
지난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36% 상승한 3506만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부터 39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18일 하루 7% 가까이 폭락하면서 3500만원대로 되돌아왔다. 비트코인이 3500만원대에서 거래된 건 지난 6월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9일 ‘반짝 급등’하기도 했다. 미 법원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를 재검토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SEC에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판결하면서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신청을 반려한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그레이스케일은 2021년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며 SEC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SEC는 그러나 지난해 6월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그레이스케일은 SEC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법원의 결정으로 향후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데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했다.

○유가에 발목 잡힌 비트코인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잠시였다. 이달 들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올해 말까지 원유 감산 조치를 연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감산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후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관망세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가 고공행진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압박해 Fed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Fed는 금리 인상 기조를 오래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더리움 ETF도 호재 될 듯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거텀 추가니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그레이스케일이 SEC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승리한 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가능성이 커졌다”며 “첫 승인이 올해 10월 중순에서 내년 3월 중순 사이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잇따르면 기관의 관심이 늘어나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약 300억달러(약 40조원)가량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JP모간은 연구 보고서에서 “SEC가 그레이스케일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더리움 선물 ETF의 출시도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더리움은 이날 업비트에서 24시간 전 대비 0.41% 하락한 219만6000원에 거래됐다. 현재 SEC에 이더리움 선물 ETF 출시를 신청한 회사는 볼러틸리티셰어스, 아크인베스트먼트, 그레이스케일 등 8곳이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보다 이더리움 선물 ETF 승인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분석기관 K33은 보고서에서 “2년 전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후 3주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60% 상승했다”며 “이더리움 선물 ETF 출시 또한 이더리움 가격을 잠재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