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미, 우크라에 집속탄 들어간 장거리미사일 지원 검토"
러는 北에서 탄약지원 받을 듯…전쟁 대결구도 심화 전망
북러 접촉이 자극?…'가속페달' 밟는 우크라戰 무기지원 경쟁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무기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러시아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 거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집속탄이 들어간 장거리 미사일의 지원 승인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수십∼수백개의 '새끼 폭탄'(자탄)을 집어넣은 형태로, 넓은 지역의 목표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데 쓰인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이 들어간 에이태큼스(ATACMS) 또는 유도 다연장 로켓시스템(GMLRS)을 보내거나 둘 다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에이태큼스는 사거리가 190마일(306㎞)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반격에 애를 먹으면서 에이태큼스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동안 미국 정부는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GMLRS는 사거리가 45마일(72㎞)로 우크라이나전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

에이태큼스는 소형폭탄을 300여발 장착할 수 있으며 GMLRS는 집속탄을 최대 404개 탑재할 수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나 GMLRS로 집속탄을 터뜨릴 경우 적의 후방에 있는 병참기지 등을 타격해 심각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최대 사거리가 18마일(29㎞)인 155㎜ 포탄을 이용해 집속탄을 쓰고 있는데 155㎜ 포탄에 들어가는 소형포탄은 최대 48개 수준이다.

미국의 한 관리는 에이태큼스 지원 등에 대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일을 통해 우크라이나군 사기와 전술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8일 자포리자주의 요충지인 로보티네를 탈환했다고 밝히는 등 남부 전선에서 최근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흔들면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2천만유로(약 290억원)의 추가적 인도적 지원을 발표하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 방어 지원을 논의했다.

쿨레바 장관은 타우루스 지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시간문제일 뿐 어차피 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거리가 500㎞인 타우루스는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와 스칼프의 2배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시작한 대반격을 앞두고 독일에 타우루스 지원을 요청했지만, 독일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 및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 움직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 북러 밀착과 맞물려 주목된다.

북러 접촉이 자극?…'가속페달' 밟는 우크라戰 무기지원 경쟁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기라는 점에서 북러 접촉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자극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했고 이르면 12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민영방송 TBS가 주도하는 뉴스네트워크 JNN은 12일 러시아 지역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 접경역에 있는 러시아 하산역에서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뒤 4년여만이다.

미국 등 서방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전에서 쓰일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정 박 미 국무부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부대표는 11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쓸 상당량 및 다종의 탄약을 제공받는, 점증하는 북러간 무기 거래 관계를 매듭짓기 위한 대화의 최종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9개월을 넘긴 우크라이나전을 치르면서 탄약 확보가 절실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러시아군 무기와 호환성이 높은 소련제 탄약과 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서 무기를 제공받으면 서방도 우크라이나 지원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 4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및 북러 정상회담 계획 정보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다음날인 5일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러시아와 북한은 정상회담을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전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전쟁이 격화할 수 있는 것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러 정상간 무기 거래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어떤 무기 이전도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무기 거래시 주저없이 추가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북러 접촉이 자극?…'가속페달' 밟는 우크라戰 무기지원 경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