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상규'에 맞다면 처벌 안 받아…감정적, 모욕주는 행위는 유죄
교권 대책에 언급된 '정당행위'란…목적·수단·긴급성 등 고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교권 보호 대책으로 교육부와 법무부에 '형법상 정당행위 규정에 따른 교권행사 가이드라인' 설정을 주문하면서 그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정당행위'란 쉽게 말해 '상식선 안에 있어 처벌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社會常規)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라고 정한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일반적인 국민이 공유하는 건전한 윤리 감정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합해야 하며 그 행위로 보호받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커야 한다.

또 그 행위가 아니면 안 될 정도로 긴급하며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아야 한다.

대법원은 2004년 교사의 훈육 행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정당행위에 대해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했던 경우로서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춘 경우"로 제한했다.

반면 지도교사의 성격·감정에서 비롯된 행위, 공개적으로 체벌·모욕을 가하는 행위, 위험하게 때리는 행위, 학생의 성별과 연령, 개인적 사정 등에 비춰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행위 등은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015년 4월 담임을 맡은 학생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딱딱한 종이로 된 교구로 머리를 때렸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갑자기 일어나 책상 안의 종이들을 꺼내 쓰레기통에 버린 행위는 교사의 평소 교육방침을 어긴 것이고, 교사에게 훈육 목적 외에 다른 개인감정 등은 없었으며 약한 강도로 한 번만 때린 점을 근거로 정당행위가 인정됐다.

고등학교 교사 B씨는 모의고사 입실 시간에 늦은 학생 두 명에게 엎드렸다가 일어나는 행동을 10회 반복하게 했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으나 마찬가지로 정당행위가 인정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허용되는 징계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훈육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 정도가 약해 처벌할 일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후 체벌이 금지되는 등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실제 인정되는 정당행위의 폭은 점차 협소해졌다.

2019년 4월 초등학생들에게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나도록 얼차려를 준 교사는 법정에서 정당행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학생들에게 신체적으로 지나치게 힘든 훈육이었고 구두주의 등 선행 단계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향후 정부는 교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현행 법령의 주된 취지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생활지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는 이를 근거로 학생에 대한 훈육이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할 수 있고 수사기관과 법원도 위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형사절차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이라는 '임시방편'이 실제 교권 보호의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