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친을 '친일파'라고 지칭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반일 대 친일의 정쟁으로 몰아가는 행태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12일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자 공지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은 오늘 오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박 장관을 고소했다"며 "문 전 대통령 위임을 받은 비서관이 고소장을 양산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장관은 "(문 전 대통령 부친은) 1920년생으로 그 당시에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다"며 "흥남시 농업계장은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소위는 친일파인가"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날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라며 박 장관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 법적 공격을 통해 반일 대 친일의 정쟁으로 몰아가는 행태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절차에 충실히 따르되, 그에 따르는 수고로움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감수해야 할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서 박 장관은 "저는 지난 국회 정무위 회의에 출석해 답변 과정에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현재와 미래의 발목잡기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며 "백선엽 장군이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이든 그 삶을 함부로 규정 지어선 안 된다, 일제 강점기라는 아픔의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에게는 같은 기준, 같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고소를 통해 도대체 무엇이 친일이고, 누가 친일파인지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된다면 망외의 소득이 될 것"이라며 "부디 우리 국민들이 왜곡된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