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비대면 거래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없애는 대신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령층 대상 금융교육과 함께 고령층의 이용이 쉽도록 시설을 정비한 특화점포도 늘리는 추세다.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은행들의 이런 노력이 교통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어르신 이용 편리한 점포 늘린다

◆노년층 찾아가는 점포 개설

1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영업점포(지점·출장소 포함)는 올해 6월 말 기준 5740개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5778개)과 비교하면 38개 줄었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은행 점포는 6709개에 달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2020년에는 6405개, 2021년엔 6094개 등으로 연간 300여 개씩 없어졌다.

은행들의 점포 폐쇄는 온라인 금융거래 비중 확대와 핀테크 업체와의 경쟁 심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에 따른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문제는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지면 온라인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올 3월 내놓은 ‘2022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1.1점으로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낮았고 국민 평균(66.5점)에도 5.4점 밑돌았다.

은행들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점포 축소 과정에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제한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작년 7월부터 서울 강동·강서·노원·은평·중랑구 등 5개 자치구의 노인복지센터를 매주 1회 정해진 요일에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KB시니어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2020년 7월 광주 전일빌딩에 고령층이 문화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컬쳐뱅크(광주지점)를 열고 어르신을 대상으로 모바일뱅킹 이용법, 자산관리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작년 12월 서울 역촌노인복지센터에 ‘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를 개설하고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금융을 교육하고 있다.

◆지방 거주 고령층 대책 필요

은행들은 점포 시설을 고령자 친화적으로 설계한 ‘시니어 특화점포’도 열고 있다. 신한은행이 2021년 11월 개설한 ‘시니어 디지털 맞춤 영업점’은 고령층이 인지하기 쉽도록 바닥에 색깔 유도선을 설치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글자를 키웠다. 우리은행은 서울 동소문로점, 영등포점, 화곡점 등 3개 지점에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열고 금융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에게 대면거래 지원뿐만 아니라 금융사기 예방 교육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은 대부분 수도권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교통여건이 나쁜 지방에 사는 고령층이 점포 폐쇄에 따른 불편함이 더 크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노력이 지방 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지방에선 우체국과 제휴해 고령층이 우체국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우체국의 경우 계좌 이체도 불가능할 정도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한정돼 있다.

은행연합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달 전국 단위의 ‘시니어 금융교육’을 할 예정이다. 고령층에 모바일뱅킹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