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동 칼럼] 성급한 속도전이 부추기는 역사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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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썼다 지우는 역사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파동
문재인 정부 가야사 복원 시도
홍범도 흉상 설치도 이전도 성급
편향적 역사해석 악순환은 그만
더뎌도 공론장서 지혜 모아야
서화동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파동
문재인 정부 가야사 복원 시도
홍범도 흉상 설치도 이전도 성급
편향적 역사해석 악순환은 그만
더뎌도 공론장서 지혜 모아야
서화동 논설위원
역사는 거대한 물줄기다. 멀리 보는 이는 본류를 타고 가지만 단견으로 본다면 지류를 붙잡고 천하를 논하기 십상이다. 안타깝게도 권력을 잡고 나면 짐짓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후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그랬고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복원, 김원봉 서훈 추진이 그랬다. 권력자의 한줌 손아귀에 역사를 움켜쥘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해방 이후 27년 동안 검정 체제였던 중·고교 국사 교과서가 국정 체제로 바뀐 건 1974년 유신정권 때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지나친 반공 이데올로기와 체제 선전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검정화가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좌편향 교과서’ ‘뉴라이트 교과서’ 등 출판사별 좌우 편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고, 이를 둘러싼 이념 갈등도 극심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교과서 국정화로 해결하고자 했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로 ‘국가공인’ 유일본 교과서 제작을 추진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어떤 경우든 역사에 관해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결국 그 말대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정교과서는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지시로 가야사 연구·복원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가야 유적이 경상남북도만이 아니라 섬진강, 순천만, 광양만, 남원 일대, 금강 상류 지역까지 분포해 있으니 영호남 공동으로 가야사를 복원해 지역감정을 허물자고 했다. 소외된 분야의 연구 촉진은 나무랄 바 아니지만 대통령 한마디로 그런 일이 시작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왜 정치가 역사학을 지배하려 드느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가야사 복원에 3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문제도 적지 않았다.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야사 연구보다는 관광 개발 목적의 예산 따내기 경쟁을 벌였다. 예산 부실 집행, 이벤트식 사업 추진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았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 일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원형 훼손 사고도 발생했다. 이번주 가야고분군 7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되지만 가야사 복원 과정에서 <일본서기>를 인용해 일제 황국사관인 ‘임나일본부설’을 고착시켰다는 비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데도 열을 올렸다. 대표적 인물이 김원봉과 홍범도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6·25전쟁 때 세운 공으로 북한 고위직을 지낸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하려다가 실패했다. 2018년 삼일절에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웠다. 2021년 광복절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홍 장군 유해를 모셔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1943년 사망한 홍 장군은 사회주의 계열이지만 북한 정권과 무관하다. 그렇다고 해도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이력에 논란이 있는 분의 흉상을 굳이 육사 교정에 세워야 했을까.
그런 성급한 결정이 정권 교체 후 흉상 이전이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낳게 된 것인데, 이전 결정 또한 성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좀 더 차분하게 전문가와 국민 여론을 모아서 해도 늦지 않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미군정, 남북 분단과 6·25전쟁 등 격동의 우리 현대사에는 기려야 할 인물이 많다. 하지만 흠 없는 영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해방된 조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지 않은 독립투사가 있을까. 해방 후 북한 정권에 동조 내지 기여한 경우만 아니라면, 그 선택이 사회주의였다는 것만으로 공을 깎거나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친일파를 보는 눈도 마찬가지다. 생계형인지 소신형인지 부귀영달형인지 내용 따라 달리 봐야 한다. 미군들도 존경하는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젊은 날의 경력만 가지고 친일파로 단죄하는 건 부당하다. 정권마다 입맛대로 역사를 해석하고 이용하다가 다음 정권에서 폐기되는 건 이제 겪을 만큼 겪었다. 편향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민주주의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론장에서 지혜를 모으는 수밖에 없다. 성급한 속도전은 논란만 키울 뿐이다.
해방 이후 27년 동안 검정 체제였던 중·고교 국사 교과서가 국정 체제로 바뀐 건 1974년 유신정권 때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지나친 반공 이데올로기와 체제 선전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검정화가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좌편향 교과서’ ‘뉴라이트 교과서’ 등 출판사별 좌우 편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고, 이를 둘러싼 이념 갈등도 극심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교과서 국정화로 해결하고자 했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로 ‘국가공인’ 유일본 교과서 제작을 추진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어떤 경우든 역사에 관해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결국 그 말대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정교과서는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지시로 가야사 연구·복원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가야 유적이 경상남북도만이 아니라 섬진강, 순천만, 광양만, 남원 일대, 금강 상류 지역까지 분포해 있으니 영호남 공동으로 가야사를 복원해 지역감정을 허물자고 했다. 소외된 분야의 연구 촉진은 나무랄 바 아니지만 대통령 한마디로 그런 일이 시작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왜 정치가 역사학을 지배하려 드느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가야사 복원에 3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문제도 적지 않았다.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야사 연구보다는 관광 개발 목적의 예산 따내기 경쟁을 벌였다. 예산 부실 집행, 이벤트식 사업 추진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았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 일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원형 훼손 사고도 발생했다. 이번주 가야고분군 7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되지만 가야사 복원 과정에서 <일본서기>를 인용해 일제 황국사관인 ‘임나일본부설’을 고착시켰다는 비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데도 열을 올렸다. 대표적 인물이 김원봉과 홍범도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6·25전쟁 때 세운 공으로 북한 고위직을 지낸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하려다가 실패했다. 2018년 삼일절에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웠다. 2021년 광복절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홍 장군 유해를 모셔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1943년 사망한 홍 장군은 사회주의 계열이지만 북한 정권과 무관하다. 그렇다고 해도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이력에 논란이 있는 분의 흉상을 굳이 육사 교정에 세워야 했을까.
그런 성급한 결정이 정권 교체 후 흉상 이전이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낳게 된 것인데, 이전 결정 또한 성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좀 더 차분하게 전문가와 국민 여론을 모아서 해도 늦지 않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미군정, 남북 분단과 6·25전쟁 등 격동의 우리 현대사에는 기려야 할 인물이 많다. 하지만 흠 없는 영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해방된 조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지 않은 독립투사가 있을까. 해방 후 북한 정권에 동조 내지 기여한 경우만 아니라면, 그 선택이 사회주의였다는 것만으로 공을 깎거나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친일파를 보는 눈도 마찬가지다. 생계형인지 소신형인지 부귀영달형인지 내용 따라 달리 봐야 한다. 미군들도 존경하는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젊은 날의 경력만 가지고 친일파로 단죄하는 건 부당하다. 정권마다 입맛대로 역사를 해석하고 이용하다가 다음 정권에서 폐기되는 건 이제 겪을 만큼 겪었다. 편향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민주주의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론장에서 지혜를 모으는 수밖에 없다. 성급한 속도전은 논란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