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이 휘청거리고 있고, 높은 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에 이상 기후까지 겹쳐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14일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8%, 1.3%로 제시했다. 지난 5월에 낸 전망치인 올해 1.1%, 내년 1.6%보다 각각 0.3%포인트 하향된 수치다. 특히 독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엔 0.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 경제가 EU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점친 것이다.

집행위는 유로존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제조업 침체와 더불어 중국과의 교역 부진, 정부의 부양책 축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따른 소비지출 위축 등을 꼽았다. 8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였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EU 경제 활동은 2분기부터 정체되기 시작했고, 그간 발표된 지표들을 보면 앞으로 몇 달간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2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다.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ECB가 14일 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ECB는 7월까지 기준금리를 9회 연속 올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이 ECB의 목표인 2%를 훨씬 웃돌고 있어 ECB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에 집행위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6.7%)보다 완화한 6.5%로 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 상승과 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를 들며 ECB가 10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