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외래 침입종 붉은불개미. /사진=연합뉴스
악명 높은 외래 침입종 붉은불개미. /사진=연합뉴스
남미산 붉은불개미(red fire ant)가 미국과 중국 등에 이어 유럽에도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에서 침입 능력이 가장 강하고 피해 유발도 큰 외래 침입종 중 하나다.

12일(현지시간) 스페인 진화생물학연구소(IBE) 연구팀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시 인근 강 하구와 공원 등 4.7㏊에서 88개의 붉은불개미 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붉은불개미 둥지 88개가 발견된 곳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시라쿠사시 교외에 있는 강 하구와 자연공원 등이다.

연구팀은 "이 지역은 외부와 차단된 고립된 곳으로 붉은불개미가 처음 진입한 곳일 가능성은 작다"면서 "붉은불개미가 유입된 곳은 인근 시라쿠사시의 상업 항구같이 사람의 활동이 많은 곳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여왕개미 유전자 분석 결과, 이 지역 붉은불개미들은 남미가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유입 경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논문 교신저자인 마티아 멘체티 IBE 연구원은 "이 지역 주민들은 적어도 2019년부터 붉은불개미에게 물렸다고 말한다"면서 "이 개미들은 상당 기간 이 지역에서 서식했고 실제 확산 범위도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미가 원산지로 학명이 '솔레놉시스 인빅타(Solenopsis invicta)'인 붉은불개미는 세계 각지로 빠르게 퍼지면서 현재 여러 국가에서 생태계와 농업, 인류 건강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래 침입종으로 꼽힌다.

이 개미는 한 세기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남미를 벗어나 미국, 멕시코, 카리브해는 물론 중국, 대만, 호주에도 침입해 정착했고, 붉은불개미가 침입한 뒤 퇴치에 성공한 국가는 뉴질랜드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붉은불개미는 외래 침입종 중 피해 유발 규모가 5번째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붉은불개미에게 물리면 심한 자극과 통증, 피부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은 물론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항 자성대 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50여 마리가 발견됐다. 방역당국은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지점에서 반경 50m를 방제 구역으로 설정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고 적재된 컨테이너 270여 개에 대해선 이동 제한 조처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항 자성대 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50여 마리가 발견됐다. 방역당국은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지점에서 반경 50m를 방제 구역으로 설정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고 적재된 컨테이너 270여 개에 대해선 이동 제한 조처했다. /사진=연합뉴스
연구팀은 시칠리아의 바람 패턴을 분석해 붉은불개미가 어떻게 확산할 수 있는지 조사했고, 종합 모델을 만들어 다른 유럽과 지중해 지역이 붉은불개미 서식에 얼마나 적합한지, 향후 기후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붉은불개미 서식에 적합한 지역은 유럽 대륙의 약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 도시 지역의 절반은 이 개미의 서식에 기후적으로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런던과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같은 대도시는 붉은불개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면서 "이 개미는 개체수가 많고 공격성이 강해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우리나라에서도 인천항에 이어 부산항에서도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방역 당국이 긴급 방제에 나섰다.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시30분께 부산항 자성대 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50여 마리가 발견됐다.

이날 국제식물검역인증원 분포조사사업단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던 중 붉은불개미를 발견했고, 항만 당국은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지점에서 반경 50m를 방제 구역으로 설정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고 적재된 컨테이너 270여개에 대해 이동 제한 조처했다.

앞서 같은 달 8일에는 인천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4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