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도 우주기지 방문 계획 언급…김정은 열차 연해주 지나 북쪽 이동
이동 시간 등 고려 시 13일 개최 유력…무기 거래 논의 여부에 관심 집중
"北·러 정상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서 회담…전투기 공장도 방문"(종합2보)
4년여만에 성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릴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12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두 정상이 회담을 한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서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북러 정상 간 회담은 김 위원장 전용 열차 이동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오는 13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을 통과한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우수리스크역에 도착한 이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계속해서 북쪽 하바롭스크주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김 위원장 전용 열차가 우수리스크역까지 가기 전 선로를 바꿔 우수리스크역보다 남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것이라는 다수 예상을 벗어난 행보다.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경호를 위해 엄청난 무게의 장갑이 장착된 까닭에 일반 열차보다 매우 느린 최고 시속 60㎞로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수리스크역에서 하바롭스크주 주도인 하바롭스크시(市)까지는 철도 상태 등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느린 김 위원장 전용 열차의 이동 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낮출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0분을 전후해 김 위원장 전용 열차가 우수리스크역 인근을 지나 하바롭스크주 방향으로 이동한 것을 고려할 때 680㎞가량 떨어진 하바롭스크시까지는 이르면 13일 자정, 늦으면 새벽께 도착할 것으로 본다.

이후 열차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철도 상황이 나아져 속도를 올릴 수 있는 덕에 이동 거리가 782㎞ 정도인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는 13일 정오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EEF 본회의 일정을 모두 마친 푸틴 대통령이 다음날인 13일 오전 전용기를 이용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이동한다면 속도가 느린 열차를 타고 오는 김 위원장보다 일찍 도착해 그를 맞이한 뒤 회담과 만찬을 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고려할 때 EEF 본회의 일정을 마친 푸틴 대통령이 굳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더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는다.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 전용 열차가 당초 전망보다 1시간 정도씩 늦게 각 이동지점에 도착하는 것은 북측도 EEF에 참가 중인 푸틴 대통령 일정과 회담 장소까지의 이동 시간 등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관측한다.

한편 오는 13일 전망대로 북러 정상 간 회담이 열린다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배석할 예정이다.

다만 북러 국방장관 간 별도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또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북한 나진항-러시아 하산 철도를 통한 수송 확대 등을 위한 프로젝트도 정상회담 안건에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1년 북러 정상 합의에 따라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연해주 하산역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이 사업은 북러 양국에 더해 한국까지 참여하는 3자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미국 제재로 2013년부터 중단됐다.

앞서 이달 초 서방은 김 위원장이 이달 10∼13일 EEF 기간에 행사 장소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