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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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으로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폭행한 40대 남성이 '특수상해' 혐의 무죄 판결받았다.

대법원은 빈 페트병은 형법에서 규정하는 '위험한 물건'이 아닌 만큼 이를 이용해 사람을 다치게 했더라도 특수상해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특수상해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8월 생수가 가득 찬 2L 용량 페트병으로 연인을 여러 차례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하고 연인이 이별을 통보하자 4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 교육 수강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2L 페트병에 물이 들어 있었다면 무게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단단한 부분으로 여러 차례 내리치면 사회 통념상 상대방이 신체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면서 "형법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특수상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300만원으로 형량을 줄였다.

2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 사진에서 뚜껑을 뜯지 않은 페트병은 보이지 않고 피해자도 명시적으로 '생수가 가득 찬 병에 맞았다'고 진술한 적은 없다"면서 A씨가 빈 페트병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빈 페트병 자체는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특수상해보다 법정형이 가벼운 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고 서로 합의한 점도 감형에 고려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