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의 초과 수요 전망에 급등한 국제유가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 하루새 1.8% 급등
OPEC, 올해 4분기 초과수요 확대 전망
초과수요 심화하며 세계 원유 재고 급감 예상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4분기 세계 원유 수요가 생산량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뒤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보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이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입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OPEC의 초과 수요 전망에 급등한 국제유가 [오늘의 유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5달러(1.78%) 오른 배럴당 88.8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3거래일 중에서 11거래일 동안 올랐으며 이날 종가는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최고치다.

WTI 가격은 올해 3월 저점에 비해선 33.11% 올랐으며 올해 들어서는 10.69% 상승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10월물 가격도 전장 대비 1.37포인트(1.51%) 뛴 배럴당 92.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원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란 OPEC의 분석으로 인해 매수세가 가팔라졌다. OPEC은 이날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240만배럴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하루 220만배럴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모두 지난달 전망치를 유지한 것이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각각 하루 100만배럴, 30만배럴씩 감산을 결정하며 올해 4분기 초과 수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OPEC은 올해 4분기에 하루 330만배럴씩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관측했다. 블룸버그는 이 추이가 계속되면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원유 재고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3분기 OPEC 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740만 배럴로 추산된다. 수요량 예상치보다 180만배럴 적은 양이다. OPEC은 유가 상승세가 완화되려면 4분기에 하루 3070만배럴까지 생산량이 확대돼야 한다고 추정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OPEC의 월간 보고서에서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초과 수요 현상이 더 심화했다는 점을 시사하며 국제 유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OPEC은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 206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보다 2%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주요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의 수요는 작년보다 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중국 제조업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행 수요가 확대되며 원유 수입량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도미닉 슈나이너 UBS자산운용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아직 중국의 여행 수요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원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OPEC 산유국의 생산량은 하루 7428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OPEC 회원국들이 올해 하루 2740만배럴가량의 원유를 공급한 점을 고려하면 원유 생산량은 앞으로 수요보다 부족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추가 감산할 위험성도 큰 모양새다.

모야 애널리스트는 "유럽과 중국의 경제 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원유 시장이 더 타이트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