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럭비 '영광의 순간' 주역…아시아 강호 홍콩전 자신감
그라운드 내달리는 윙에서 경기 조율하는 스크럼하프로 변신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23) 럭비 장용흥
한국 7인제 럭비 대표팀은 최근 몇 년 사이 두 가지 쾌거를 달성했다.

하나는 올림픽 본선 진출이다.

2019년 11월 인천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홍콩을 꺾으면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후 무려 96년 만의 일이다.

실제로 꿈에 그리던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건 98년 만이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선 대표팀은 아쉽게 5전 전패 끝에 최종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때의 아쉬움을 자양분 삼은 대표팀은 지난해 '럭비 월드컵 세븐스 2022'에서 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대회에서 대표팀은 2승 2패를 거둬 24개국 중 21위로 마무리했다.

순위 결정전에서 짐바브웨를 21-19, 포르투갈을 12-10으로 꺾었다.

이 역시 21년 만에 이룬 반가운 성취다.

2승을 거둔 마지막 7인제 대회는 2001년 아르헨티나 월드컵(2승 1무 3패)으로, 당시 순위 결정 방식에 따라 13위를 차지했다.

한국 럭비의 '한계'를 넓힌 두 이정표를 세우는 데 모두 이바지한 선수가 바로 장용흥(한국전력)이다.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23) 럭비 장용흥
특히 장용흥은 도쿄 올림픽 본선행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2019년 운명의 홍콩과 아시아 최종예선 결승에서 연장 접전에 마침표를 찍은 게 장용흥의 트라이였다.

당시 장용흥은 연장 6분 26초에 결승 트라이를 찍어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친 홍콩을 무너트렸다.

그래서인지 장용흥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럭비 우승 후보로 꼽히는 홍콩이 무섭지 않다고 한다.

장용흥은 대회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달 25일 인천 이비스 스타일스 앰버서더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그때 그 순간이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내게 공이 와서 전력을 다해 뛰었을 뿐인데, 좋은 장면이 나왔다"며 "럭비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계 귀화선수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홍콩 팀으로 나올 수도 있다.

누가 나올지 모르지만, 우리가 더 열심히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키 175㎝, 체중 80㎏의 장용흥은 럭비 선수로는 다소 작은 체격이지만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윙어로 평가받았다.

다만 1993년생인 장용흥은 점차 운동능력이 떨어질 연령대에 접어들었다.

장용흥은 느려졌다고 해도 아직 100m는 11초 초반에 주파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본래 신나게 그라운드를 달리는 윙이지만 장용흥은 이번 대회에서는 스크럼 하프로 나선다.

최전선에서 몸싸움을 펼치는 포워드들에게 공을 공급해주는 역할이다.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23) 럭비 장용흥
장용흥은 "이제 내가 선수들을 살려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

나도 기본적인 패스가 잘 연결되도록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럭비 대표팀을 이끌며 장용흥을 지도하는 이명근 감독은 현역 시절 1998 방콕, 2002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2006 도하 아시안게임부터는 한국 럭비가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장용흥도 이 감독처럼 은퇴하기 전에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고 싶다고 한다.

장용흥이 주축으로 나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홍콩에 7-19로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9세로 올해 11월 12일이 지나면 서른이 되는 상황에서 장용흥은 마냥 느긋할 수는 없다.

장용흥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각오로 이번 대회에 나선다.

신체 능력이 특히 중요한 종목 특성상 30대 중반까지 경기력을 유지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장용흥은 "이번에 젊은 선수들이 오면서 전력이 보강됐다"며 "무조건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