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16% 오른 철광석, 중국 경기 회복 알리나 [원자재 포커스]
중국 시장 유동성 늘고 비구이위안도 위기 넘겨
유럽 건설 침체는 변수
건설업자 28% "수요 부족"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위기 여파로 지난달 급락했던 철광석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중국 텐진항 도착 철광석 스폿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올해 중국 텐진항 도착 철광석 스폿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중국 톈진항 도착 철광석 스폿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0.42% 오른 t당 120.5달러에 거래됐다.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달 들어서는 16.43% 올랐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4일 103.5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여파였다.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 수입량 7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이다. 그중에서도 건설·부동산 업계가 전체 철광석의 36%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일스 남부 타타스틸 포트탤벗 제철소에서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열연코일 강판을 만들고 있다.  /AFP
웨일스 남부 타타스틸 포트탤벗 제철소에서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열연코일 강판을 만들고 있다. /AFP
철광석 가격은 중국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반등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처할 당시 시장에서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핵심은 '유동성'에 있었다. 비구이위안이 돈을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부동산 투자사에 이어 그 뒤에 있는 금융기관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날 발표된 중국 신용 지표는 유동성 위기가 점차 해소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 8월 신규은행대출은 전월 대비 4배 증가한 1조3600억위안(약 247조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대출을 포함한 총사회융자(TSF) 누적액은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저우마오화 광다(에버브라이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8월 신규 대출 증가는 소비자 지출의 반등과 경제회복 및 시장 수요에 대한 기업들의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성격인 대출우대금리(LPR)을 연 0.1%포인트 인하하는 등 유동성을 투입한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데이터도 경기 개선의 조짐을 보인다. 8월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는 7월보다 0.4포인트 상승한 49.7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0.1% 상승하며 전달 하락세(-0.3%)에서 돌아섰다.

위기의 진앙인 비구이위안도 한 차례 채권 만기를 연장하며 고비를 넘겼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비구이위안 채권단이 지난 11일 108억 위안(약 2조원) 규모의 8개 역내 채권 중 6개의 상환 기간을 3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독일 서부 뒤스부르크 티센크루프 철강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용광로에서 나오는 쇳물 불꽃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해 11월 독일 서부 뒤스부르크 티센크루프 철강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용광로에서 나오는 쇳물 불꽃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
철강 수요가 오르자 북서유럽 업체들을 중심으로 철강 제품 가격을 올리려는 신호도 감지된다. 메탈마이너에 따르면 일부 북서유럽 철강업체는 11~12월 인도용 열연코일 가격을 8월 말 기준 630~650유로에서 650~670유로로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유럽에서는 건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중국 회복세를 상쇄하고 있다. ING리서치는 지난 4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경기를 뒤늦게 반영하는 주택 건설업의 특성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곧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명한 징후가 있다"라며 "유럽 주택 구매자와 기업은 경기 약세, 높은 이자율, 건축 비용 증가로 인해 신규 건물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ING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6월 유럽 시멘트·벽돌·콘크리트 등 건축자재 공급업체의 6월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3% 감소했다. 또 지난달 EU 건설업체 28%가 수요가 부족해 생산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문조사에서 응답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