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크트리캐피탈
사진=오크트리캐피탈
"주가지수의 성과는 종종 몇몇 주식 또는 주식 그룹에 의해 좌우됩니다. 해당 종목들이 비싸게 보여 차익실현 욕구가 생기지만 이때 매도하면 시장 수익을 따라잡기 어려워집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 회장(사진)은 12일(현지시간) '패자를 줄이거나, 승자를 늘리거나'라는 제목의 고객 메모를 통해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시장지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들 종목의 매도 유혹을 견뎌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 7개 종목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다. 각각의 종목은 올들어 40~180% 상승하며, S&P500지수 등의 주요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들 가운데 5개 종목은 S&P500지수 시가총액의 4분의 1가량 차지한다. 반면 나머지 493개 종목은 올해 보합세다.

막스 회장은 "2017년에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이 그러했다"며 "올초 이들 7개 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는 시장 수익률을 밑돌 것이고, 보유했더라도 지수 비중보다 작은 비중이면 시장을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지수를 따라잡으려면 적어도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은 '대형 종목'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액티브 투자자들은 주가지수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십 년 동안 패시브 투자가 자기자본 투자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효율성, 관리 수수료, 투자자의 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액티브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도 하나의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는 애플을 예로 들며 2003년 여름 0.37달러(분할조정가격)에 애플을 0.37% 비중(당시 지수 비중)으로 보유한 현재 이를 그대로 가져간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지 반문했다. 대부분 2013년 15달러였을때 일부 또는 전부를 팔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0년이 지난 애플 주가는 약 176.3달러로 2013년 이후 12배, 2003년 이후 거의 500배나 상승했다.

그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차익 실현,손절매라는 통념에 따라 수익 종목 중 일부를 매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후회, 계좌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주도 종목의 보유 비중을 줄이는데 주가가 계속 올라가면 결국 시장을 따라잡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는 1990년 썼던 첫 메모도 언급했다. 당시 메모는 최상위권 기록을 연달아 달성하면서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다며 매년 시장 평균보다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상대적 성과가 우수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내용이었다. 이같은 전략은 만회하기 힘든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그는 여전히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이라며 "하지만 위험회피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위험 회피는 결과가 불확실하고 부정적일 수 있는 일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인데 수익회피와도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어 "투자의 핵심은 매력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이며 "사용자가 인지하고 있는 위험, 분석할 수 있는 위험, 다각화할 수 있는 위험,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은 피하지 않고, 감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수반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늘 승리하는 투자자는 없고, 문제는 수익에 비해 손실이 얼마나 많고 얼마나 손실폭이 큰 지"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