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가 권력 과시·우주 탐사능력 보여주는 곳"
지난달 무인 달 탐사선 발사
북·러 정상회담 유력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 야심' 상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러시아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관심이 쏠린다.

보스토치니는 동쪽을 뜻하는 말로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치올콥스키시 인근에 위치하며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약 1천450㎞ 떨어져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과거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핵미사일 기지였다가 2007년 폐쇄된 '스보보드니' 기지 부근에 있다.

우주 탐사에 대한 러시아의 야심을 상징하는 곳으로 통한다.

러시아가 20세기 중반부터 임대해 사용했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2007년 제안해 2012년부터 건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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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면적은 551.5 ㎢로, 5㎢인 우리나라의 나로 우주센터(북위 34도)의 110배 이상이다.

북위 51도에 위치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북위 46도)와 위도가 엇비슷하며 중력의 영향을 덜 받고 무거운 로켓과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2016년 4월 첫 위성 발사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우주대국 위상을 되찾으려는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졌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 국가 권력을 과시하는 곳이자 러시아의 독자적 우주 탐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진단했다.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우주 안보 전문가인 마크 힐본은 12일(현지시간) WP에 "이곳은 이제 러시아의 핵심 우주 발사 시설"이라며 "상대적으로 새롭고 완전히 자주적인 시설"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같은 해 4월 '우주의 날'을 맞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의 목표를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러 정상회담 유력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 야심' 상징
이런 와중에 북러가 4년여만의 정상회담 장소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택한 것은 우주기술 중심의 양국 군사 협력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기지를 회담 장소로 정해 러시아의 우주 탐사 계획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스토치니 기지와 최근의 우주 탐사 프로그램 실패 등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러시아가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야심 차게 발사한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는 달 표면에 추락해 러시아의 47년만 달 탐사 시도는 실패로 막을 내렸고, 보스토치니 기지 자체도 건설 도중 공금 횡령과 착복 등 논란에 시달렸다.

한미일 등 서방을 겨냥한 핵 위협 능력 강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우주 발사체 개발에 국력을 집중해온 북한으로서는 보스토치니 기지가 러시아에서 가장 군침 도는 자산이 잔뜩 쌓인 '보물창고'와도 같다.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무기 기술을 요청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주 탐사가 의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방러에 박태성 당 비서도 동행했는데, 그는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만 민감한 우주 탐사 기술을 북한과 공유하는 것이 러시아의 이익과 맞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연구원은 러시아가 우주 기술 분야의 정보 공유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인공위성 분야에서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특정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