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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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달러(약 1경3269조원)어치의 자금이 융통되는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단기채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치까지 오른 상황에서 현재의 금리 수준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장기채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G)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투자등급 채권 시장에서 발행된 회사채의 평균 만기는 10년 6개월로 집계됐다. FT는 “같은 기간을 놓고 비교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투자등급 채권 일일 발행 규모는 지난 5일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급증세를 나타냈다.

장기채 회피 경향은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들어 발행된 정크본드의 평균 만기는 6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년 7개월)보다 1년 넘게 줄었다. 관련 데이터가 있는 1990년 이래 33년 만에 가장 짧다. 올해 정크본드 발행 규모도 작년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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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초 제로(0.00%) 수준에서 올해 7월까지 1년 반 만에 5.25~5.50%로 뛰면서 단기채 수익률이 상승한 영향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률은 오른다. 만기가 짧은 단기채는 이런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고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내기 쉽다. 미래의 금리 하락을 예상해 단기채 재융자(리파이낸싱)를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에서 투자등급 크레딧을 책임지고 있는 매트 브릴은 “대부분의 회사가 30년 만기 채권보다 3년, 5년, 7년, 10년 만기 채권을 선호하고 있다”며 “1년 반 전보다 차입 비용이 비싸졌고, 기업들로서는 높은 대출 이자를 필요 이상으로 오래 납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웰스파고의 모린 오코너 투자등급 채권 담당도 “절대 금리가 훨씬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채권) 수익률 곡선을 더욱 짧게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지 여부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점진적 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란 예상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브릴 담당자는 “대부분 기업이 2024년이나 2025년에는 더 저렴한 가격에 대출을 일으킬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