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역대 최대' 8조 금융지원…공급망 '脫중국' 잰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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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리카 54개 국가를 대상으로 향후 2년간 60억달러(약 8조원)의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제공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철도와 전력 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할 때 수출금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지원을 계기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 공급망을 아프리카로 다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와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한국수출입은행이 공동 주최하는 KOAFEC 장관회의는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전수와 자원 개발 협력,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2006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돼 왔다. 2018년 제6차 회의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으나 한국의 AfDB 가입 40주년을 맞아 올해 5년 만에 다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38개국 대표단(장관급 18명·차관 등 20명)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의 발전된 첨단 산업과 아프리카의 성장 잠재력이 결합한다면 국제 사회의 회복을 이끄는 강력한 연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4년과 2025년에 두 해에 걸쳐 60억 달러의 금융 패키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액이다.
정부는 △에너지 개발·전환 △농업혁신 △지식 및 역량 개발 등 3대 분야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병원 건립과 의료 기자재 공급사업을 추진하는 등 의료 기반 구축을 지원할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와 국가 전력망 확충 등 프로젝트도 적극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15억 달러 규모의 EDCF 차관을 제공할 계획이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 정부에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이른바 개도국 경제원조 기금으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위탁 운용한다. 만기는 최대 40년이며, 금리는 연 1%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43억 달러의 수출금융이 제공된다. 국내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할 때 수출입은행이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2400만달러 규모의 AfDB 신탁기금을 추가 출연하기로 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국영은행을 통해 자금을 해당 국가에 빌려주고, 중국 국유기업이 주축이 돼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는 중국에 진 부채 때문에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이들 국가에선 반중(反中) 감정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의 금융 지원은 상환 기간이 길고 저리의 EDCF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수출금융으로 구성된다. 해당국에 자금을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어서 아프리카 국가들도 부채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매력적인 투자지역이라는 점도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지원이 결정된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아프리카엔 2차전지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와 리튬, 흑연 등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 우라늄 등 희소자원 매장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아프리카를 중국을 대체하는 핵심 공급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장기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 공들여 왔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블랙홀’처럼 천연자원을 싼값에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도로와 교량, 철도 등 인프라를 지어주고 있지만 기술 노하우는 전수하지 않은 채 천연자원을 쓸어가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추 부총리도 이날 축사에서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아프리카는 어떤 예기치 못한 불안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국제사회의 회복을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연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부산=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정부는 이번 지원을 계기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 공급망을 아프리카로 다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 금융지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부산 아난티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 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기재부와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한국수출입은행이 공동 주최하는 KOAFEC 장관회의는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전수와 자원 개발 협력,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2006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돼 왔다. 2018년 제6차 회의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으나 한국의 AfDB 가입 40주년을 맞아 올해 5년 만에 다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38개국 대표단(장관급 18명·차관 등 20명)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의 발전된 첨단 산업과 아프리카의 성장 잠재력이 결합한다면 국제 사회의 회복을 이끄는 강력한 연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4년과 2025년에 두 해에 걸쳐 60억 달러의 금융 패키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액이다.
정부는 △에너지 개발·전환 △농업혁신 △지식 및 역량 개발 등 3대 분야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병원 건립과 의료 기자재 공급사업을 추진하는 등 의료 기반 구축을 지원할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와 국가 전력망 확충 등 프로젝트도 적극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15억 달러 규모의 EDCF 차관을 제공할 계획이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 정부에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이른바 개도국 경제원조 기금으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위탁 운용한다. 만기는 최대 40년이며, 금리는 연 1%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43억 달러의 수출금융이 제공된다. 국내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할 때 수출입은행이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2400만달러 규모의 AfDB 신탁기금을 추가 출연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서 韓 영향력 확대 전략
정부는 이번 금융 지원을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본격적인 아프리카 진출이 늦었지만, 이번 지원을 계기로 충분히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이 2010년대 초반부터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일대일로는 중국이 국영은행을 통해 자금을 해당 국가에 빌려주고, 중국 국유기업이 주축이 돼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는 중국에 진 부채 때문에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이들 국가에선 반중(反中) 감정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의 금융 지원은 상환 기간이 길고 저리의 EDCF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수출금융으로 구성된다. 해당국에 자금을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어서 아프리카 국가들도 부채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매력적인 투자지역이라는 점도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지원이 결정된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아프리카엔 2차전지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와 리튬, 흑연 등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 우라늄 등 희소자원 매장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아프리카를 중국을 대체하는 핵심 공급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장기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 공들여 왔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블랙홀’처럼 천연자원을 싼값에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도로와 교량, 철도 등 인프라를 지어주고 있지만 기술 노하우는 전수하지 않은 채 천연자원을 쓸어가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추 부총리도 이날 축사에서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아프리카는 어떤 예기치 못한 불안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국제사회의 회복을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연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부산=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