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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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러시아로 대변되는 두 블록 간에 교역 규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2일 연례 무역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세계 주요국들 사이에서 동맹국끼리 공급망을 재편하는 무역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 크기가 계속 상승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보다 동맹국 간의 시장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는 지정학적 갈등과 무역 비용을 더 키우는 악순환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상품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12% 늘어나 25조3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무역액도 같은 기간 15% 증가한 6조8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중에서도 친환경 관련 상품 무역은 2000년 이후 23년 만에 4배로 급증해 동기간 전체 상품 무역 성장률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이후 두 블록 사이의 무역 규모 확장세는 동맹국 내부의 무역 규모보다 4~6% 가량 뒤처진 것으로 추산했다. WTO는 "두 진영 간 무역 디커플링은 유엔 총회의 투표 양상에 따라 각국의 외교정책이 변할 때마다 더욱 영향을 받았다"며 "미국처럼 국가 안보 위험 등을 이유로 중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해 전략적으로 수출 등을 금지하는 나라도 더욱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WTO를 통한 대응 조치도 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수출 제한 조치에 관해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건수는 2017~2022년 기준으로 38건에 달했다. 2011~2016년 사이에 있었던 불만 접수 규모보다 두 배 가량 많아졌다. 보조금을 받은 수입품을 겨냥해 관세가 부과된 건수도 2011~2016년 16건에 비해 2017~2022년 164건으로 폭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